관절염·척추염 증상까지…"자가 판단 의존 말고 조기 치료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중증 건선'을 산정 특례 대상 질환으로 추가하는 안을 의결했다. 산정 특례란 중증질환으로 발생하는 값비싼 의료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그동안 광치료법, 전신치료법, 생물학적의약품 등으로 중증 건선을 치료하면서 의료비용의 60%를 부담해왔던 중증 건선환자들의 부담이 10%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산정 특례는 내달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증 건선만이라도 산정 특례를 적용해달라며 약 8년간에 걸쳐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한 건선환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본 셈이다.
건선(乾癬.psoriasis)은 은백색의 피부 각질(인설)로 덮인 붉은 반점(홍반)이 나타나는 게 주요 증상이다.
환경적 자극과 유전적 요인이 섞인 면역학적 만성 전신 질환에 속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피부면역세포(T세포)의 이상 활동으로 염증 유발물질이 피부의 각질 세포를 자극함으로써 과도한 세포증식과 피부 염증을 유발한다.
주로 팔꿈치·무릎·엉덩이·머리 부분에 발생하며 손바닥·성기·정강이·손발톱 등에도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5년 건선으로 병원진료를 받은 환자는 16만6천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건선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국내 건선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20대에 최초 발생률이 높다. 하지만 10대, 30대에도 발병이 잦은 만큼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 질환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기 때문에 보통 증상이 완화되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고 방치해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초기 건선은 발진 위에 피부 각질이 새하얗게 덮이고, 더 진행되면 발진이 생긴 피부가 두꺼워지고 발진들이 합쳐지면서 병변이 커진다. 여기서 더 악화하면 피부 병변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발가락이 뻣뻣해지고 붓는 건선성 관절염이나 척추염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한 중증 이상의 건선이거나 오래 앓은 건선일수록 관절염 증상이 심한 편이다.
또 관절염 외에도 심장·혈관질환이나 비만,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고, 우울증을 일으켜 사회적 제약이나 정서적 고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대한건선협회가 454명의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경제적 환경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가 건선 때문에 사회에서 차별을 경험했으며, 88%는 건선 때문에 업무나 학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건선은 암, 당뇨병, 심장 질환에 견줄 만큼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증 건선환자 10명 중 8명은 비용 문제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통 가벼운 건선은 피부에 연고를 바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된다. 증상이 심하다면 먹는 약을 쓰거나 광선치료가 일반적이다.
만약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항체 단백질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을 쓰게 되는데 중증의 건선환자들에게 효과가 우수한 편이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1회 주사에 본인 부담 비용이 150만원 정도로 비싼 게 흠이다.
생활습관 개선도 건선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때를 심하게 밀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씻어내는 게 좋다. 건선을 악화시키는 중요 요인인 정신적 스트레스도 최소화해야 한다.
박철종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다가 중증으로 진행하면 우울증은 물론 관절염, 협심증의 등의 합병증을 초래한다"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증상이 생길 경우 자가 판단에 의존하지 말고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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