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지난해 대선후보로 나섰던 야당지도자가 현 대통령의 행차를 막았다는 이유로 반역죄로 기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정착된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잠비아가 정치적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잠비아 당국은 지난달 야당 국가개발연합당(UPND)의 대표인 하카인데 히칠레마를 반역죄로 체포해 구금했다.
지난달 히칠레마를 호위하던 자동차 행렬이 같은 행사로 향하던 에드가 룽구 현 대통령 차량 행렬에 길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당국은 이는 대통령과 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히칠레마를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반역죄로 기소했다.
사업가 출신인 히칠레마 대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잠비아 대선에서 현 대통령인 룽구 후보와 접전을 벌이다 2.68%p 차이로 석패했다. 그는 개표 후 이번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히칠레마 측은 이번 반역 혐의가 아주 터무니없다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히칠레마의 변호사 잭 음윔브는 "잠비아는 애초 아름답고, 안정적인 나라였지만 불행히도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며 "법과 질서가 붕괴했고, 정부는 경찰과 사법부를 이용해 야당 입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룽구 대통령은 히칠레마가 자신을 정당한 국가수반으로 인정하기 전까진 야당과의 대화도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잠비아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일부 잠비아인들은 룽구 대통령이 취약한 근거로 야권 지도자를 억압한다고 비판했지만 히칠레마의 오만하고, 무모한 행동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제 위기로 어수선한 잠비아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FT는 전했다.
아프리카 2위 구리 생산국인 잠비아는 최근 구리 가격 폭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경기침체에 빠져있다.
또 잠비아 정부가 지난 2012∼2015년 약 28억 달러(3조1천600억원)를 유로채권으로 차입해 막대한 정부부채도 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친기업 성향의 UPND 등 야권은 집권당인 애국전선당(PF)이 잠비아의 가뭄, 전기 부족,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잠비아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면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해외 투자자는 구리 가격이 안정화돼 잠비아 경제가 회복해도 정치적 안정은 필수적이라며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 바퀴가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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