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기구 문구없이 추천권한만 명시하기로 '절충점'
일부선 "기구 언제든 만들수 있어"…'당직 인사쇄신' 카드 뇌관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2일 장관 후보 추천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 구성' 문구를 당헌에 명시하는 방안을 두고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위원회 구성 부분은 삭제하고 당의 추천권만 명시하기로 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추천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 가운데 이 문제가 집권 초기 당·청간 불협화음으로 비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도부가 한발 뒤로 물러난 모양새다.
다만 당헌에 굳이 추천위 문구를 넣지 않고 추천권한만 명시하더라도, 이는 언제든 지도부가 추천위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어 이후 다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인사추천위와 함께 내건 '전면 인사쇄신' 카드가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민주당 내에서는 전날 최고위에서 논의된 '인사추천위원회' 설치방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나오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추미애 대표 측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인사는 당과 상의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당·청이 인사에 대해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추 대표가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추 대표는 이 기구를 만들면 당의 상임고문인 이해찬 의원에게 수장을 맡길 구상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추천위 설치가 문 대통령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마치 당에서 특정 인사를 내각에 '밀어 넣기'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적어도 인사 문제로 민감한 지금 위원회 설치 문구를 당헌에 넣어서는 안 된다면서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에서 당헌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위원회 구성에 대한 문구는 삭제하기로 했다.
대신 당에서 적절한 인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문구만 남기기로 했다.
당무위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금 대선 승리로 모처럼 당의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굳이 인사추천위원회 문제로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이제라도 추천위를 거둬들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추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추 대표의 뜻은 특정인을 내각으로 넣거나, 특정인을 반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선들이 인사전횡을 하는 일을 막기 위해 당에서 투명하게 추천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문제로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동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 대표가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지원에 힘입어 당 대표로 선출된 상황에서, 마치 청와대와 당 지도부 사이에 이상기류가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양측 모두에게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지도부는 이날 당무위에서 '타협점'을 찾아내 만장일치로 동의를 얻어낸 만큼 이번 논란이 가라앉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인사 추천 권한을 상징적으로 당헌에 넣는 것에 모두 동의했으니 이제는 이 문제를 매듭짓고 단결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당헌에 '추천권한'이 적시되면서, 지도부가 언제든 비공개로 추천기구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청와대의 인사권과 당 지도부의 인사 추천 문제가 언제 다시 도마 위에 오를지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달라진 것은 당헌에 추천위원회라는 글자를 넣지 않는 것뿐이다. 언제든 인사 추천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에서 인사 추천 문제와 함께 거론된 '인사 전면쇄신' 문제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추 대표의 이번 인사쇄신에 대해 당내에서는 "안규백 사무총장을 경질하고 김민석 전 의원을 그 자리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지도부는 정무직 당직자를 전면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무총장이 핵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것이 현실이다.
당 관계자는 "당장 다음 주부터 당직개편 작업이 시작될 것이다. 정무직 당직자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받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에서 패배한 당도 아니고 승리한 당에서 인사쇄신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도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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