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정수석실 조사, 너무 멀리 갈 것까지야

입력 2017-05-12 20:46  

[연합시론] 민정수석실 조사, 너무 멀리 갈 것까지야

(서울=연합뉴스) '정윤회 문건' 파동, 세월호특조위 활동 등에 대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청와대가 조사한다고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때 민정수석실 조사와 검찰 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잘못이 재발하지 않도록 민정수석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 "폭로 당사자인 경찰관이 감옥에 갔으니 처리 절차가 합당한 것인지 민정 차원에서 점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의 발언은 우병우 전 수석이 있을 때 민정수석실을 겨냥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선거 기간 여러 차례 언급했던 '적폐 청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수석은 내정 직후 "민정수석은 검찰 수사를 지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약속을 깨지 않기 위해 지금의 민정수석실이 직접 조사에 나서는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상당히 모양새가 어색하기는 하다. 그러나 조사하는 것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일차적 조사 대상은 '정윤회 문건' 파동, 세월호특조위 중단 과정,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수사 종료 경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조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의 오찬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알아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이 자리에서 "법률 개정 전에도 할 수 있는데, 되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직접 조사가 그 답이었다.



보수 야권과 법조계에선 부정적인 반응도 들린다. 지나간 일에 매달리면 국민 화합에 좋지 않다는 것이 주류다. 그러나 조 수석의 인식에 공감하는 여론도 진보와 중도에 많이 퍼져 있는 게 현실이다.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은 세간에 '비선 실세'의 존재를 처음 드러냈다. 그런데 수사는 비선 실세의 존재가 아닌 문건 유출 경로에 맞춰졌다. 결과적으로 '비선 실세' 의혹은 펼쳐보지도 못한 채 덮어졌다. 이때 제대로 수사했으면 국정농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우 전 수석은 이 사건이 정리된 뒤 민정비서관에서 수석으로 기용됐다. 나중에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특검과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두 차례나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이야 활동 기간 연장 불발로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지만 검찰은 특검의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보강수사까지 하고도 영장 기각의 수모를 겪었다. 사실상 '수사부실'이 기각 사유였으니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었다.



언제가 닥칠 일이었지만 조금 빠르다는 느낌은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이 앞장서 끌어올린 화합과 소통의 분위기에 흠집을 내지 않을까 걱정도 앞선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국정농단 사태와 직접 관련된 것이라면 그냥 묻어두고 가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검찰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보수 정권 10년에 대한 비리 수사로 비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전 정권의 민정수석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검찰의 이런 인지수사를 비판하거나 막을 명분은 없다. 하지만 수사의 속도와 범위는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적폐 청산과 국민 화합은 원래 함께 가기 어려운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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