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들어 취업시간 감소 미미
대통령 공약이지만…재계 반발·노동계 우려 넘어야 할 산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취업자 5명 중 1명은 주 54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평균 근로시간은 계속해서 줄었지만 제도가 전면 도입된 2010년 이후부터는 주당 취업시간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주당 취업시간이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대책 중 하나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한 터여서 근로시간이 다시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취업시간 뚝뚝 줄어들다가…2013년 이후 제자리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주일에 54시간 이상 근무한 취업자는 533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만7천명 늘었다.
주말 이틀을 다 쉰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 절반인 11시간 가까이 일하느라 보낸다는 의미다.
취침 시간을 고려하면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터에서 소비하고 집에선 말 그대로 잠만 자는 셈이다.
전체 취업자(2천657만7천명) 대비 주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1%에 달했다.
그럼에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주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2000년까지만 해도 주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899만5천명으로, 지난해(530만7천명)보다 1.7배나 많았다.
반면 전체 취업자는 2000년 2천115만6천명으로 지난해(2천623만5천명)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취업자 대비 54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 역시 같은 기간 42.5%에서 20.2%로 반 토막이 됐다.
장시간 취업자가 빠르게 줄어든 것은 주 40시간 근무제인 주 5일제가 2004년 도입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장시간 취업자는 2010년을 넘어가면서 감소 속도가 완만해진다.
주 5일제는 2004년 7월 1천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된 뒤 2005년 300인 이상, 2006년 100인 이상, 2007년 50인 이상, 2008년 2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산하다가 2011년 5인 이상 사업장에 마지막으로 도입되며 확산 세를 멈추면서다.
주 54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00∼2011년까지 전년 대비 매년 줄어 2013년 21.5%까지 내려가지만 2014년 22.7%로 다시 상승하고서 2015년 21.9%를 거쳐 지난해 20.2%로 다소 낮아졌을 뿐이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 역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쭉 감소하다가 2013년 43.1시간을 기록한 이후 2014년 43.8시간, 2015년 43.6시간으로 지난해 43.0시간으로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못했다.
◇ 일자리 창출 부가 효과 있을 듯…"임금 보전 방안 모색해야"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주당 근로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건 터라 실제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내건 것은 근로자의 삶의 질 차원뿐 아니라 얼어붙은 고용 시장을 위한 해법 때문이기도 하다.
장시간 근로를 막으면 기업이 더 많은 근로자를 채용하게 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약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수단을 동원해 30만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고용종사자,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제외한 1천10만5천명 중 2015년 기준으로 주 52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는 105만5천명(10.4%)에 달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주 52시간 이상 취업자들이 52시간을 초과해서 하는 근무시간만 모아도 상당한 시간이 나온다"며 "초과 시간이 모두 일자리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산술적으로 20만∼30만개 일자리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근로기준법을 보면 근로시간은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하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무 12시간,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8시간씩 휴일 이틀 총 16시간까지 모두 더한 것이다.
문제는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휴일을 포함하느냐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휴일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일주일에 주말을 포함해야 한다며 맞선다.
노동계의 주장에 따르면 최대 근로시간은 휴일 이틀 근무 가능 시간인 16시간을 제외하기 때문에 52시간이 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안을 놓고 논의했다가 이견 때문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를 지켜본 뒤 개정이 안 되면 정부가 근로시간 산정 기준으로 삼은 행정해석을 폐기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어떻게 진통을 최대한 줄이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느냐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채용을 늘려야 하는 재계 입장에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야 해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보인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이 줄 수 있어 일부 노동계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연장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전액 보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만큼 노동계가 감수해야 할 문제"라면서 "다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를 대상으로는 고용보험기금에서 노동시간 단축 지원금을 보태주는 방식 등으로 임금 감소를 어느 정도 보전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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