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높이 솟은 바위에 올라앉은 새 한 마리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우짖는다. 바위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얼마나 애타는 일이어서 제 높이의 위태로움도 모르고 울고 있는 것이냐?"
김주대(52) 시인이 쓰고 그린 '문인화' 한 작품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문인화는 시와 그림이 서로 적절히 보완하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불과 기름이 만나 폭발을 하는 것처럼 더 강렬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김주대 시인은 17∼22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시인의 붓'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열고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문인화 110점을 선보인다. 시집으로 치면 두 권 정도 분량이다.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중견 시인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다. 경영하던 학원이 망하고 나서 시로 돌아왔고,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도구며 방법을 물어가며 그림을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그림을 올리고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삶이 조금씩 나아져갔다. 지금은 팔로워 1만 명이 넘는 유명인사가 됐고 일간지에 문인화 기고도 하고 있다.
"형편없는 삶이나마 집도 절도 없이 길에 나앉은 이후 저를 지키고 4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과 문인화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그리고 매일 찢고 매일 다시 그렸어요. 아이들 생각나면 그리고, 술 생각나면 그리고, 화나면 그리고, 즐거우면 그리고, 그리고 그렸습니다."
시인의 그림에는 과감하고 남성적인 터치와 세밀한 묘사가 공존한다. 최근 6개월 동안은 주로 촛불 그림을 그렸다. 붉은색 꽃봉오리를 응시하는 고양이를 두고 시인은 글과 그림을 한데 묶는 이유를 재차 설명한다.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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