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권정생 선생님"…10주기 맞아 책으로 기린다

입력 2017-05-13 16:00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10주기 맞아 책으로 기린다

미출간 동화집·추모문집 등 잇따라 나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스물다섯 살 때 스물두 살이나 스물세 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은 2005년 5월 첫날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면서 유언장을 썼고 2년 뒤 5월17일 눈을 감았다. 10주기를 즈음해 그의 소박하고 포근한 문학세계를 돌아보는 책들이 나왔다.




'복사꽃 외딴집'(단비)은 권정생이 잡지에 발표했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동화 4편을 묶은 작품집이다. '새생명' 1973년 5월호에 실렸던 표제작은 장난이 심한 동네 아이들도, 지나가는 길손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시골 노부부 이야기다.

노부부는 아이들이 감을 몰래 따먹자 장대를 몇 개 놓고 편하게 따가도록 해준다. 팻말도 세워놨다. '아이들은 아무나 따먹어도 좋음. 다만 한 사람이 한 번에 꼭 한 개씩만 딸 것. 거짓말 아님.' 처음에는 함정이라고 의심하던 아이들도 노부부의 넉넉한 마음씨에 차츰 정을 쌓는다.

권정생은 1965년에 3개월간 거지생활을 했다. 이때 경북 상주에서 만난 정답고 친절한 노부부를 기억하며 쓴 동화라고 한다. '멍쇠네 부엌솥', '돌다리', '우리들의 고향' 등 수록작들은 1970∼1990년대 남긴 작품이다. 김종숙 그림. 이기영 엮음. 100쪽. 1만원. 초등 중학년 이상.




1989∼1991년 월간지에 연재하고 1994년 책으로 낸 장편동화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산하)는 양장본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세상 사람들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던 하느님이 아들 예수와 함께 땅 위에 내려와 겪는 좌충우돌 여행기다.

하느님은 원래 예루살렘으로 가려고 했지만 거센 바람을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잡은 곳은 서울 변두리 달동네. 아들 예수는 청소부로 취직한다. 하느님은 돈에 휘둘려 서로 짓밟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낮은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천진한 상상력과 유머가 돋보이는 동화지만 연재 당시 '하느님을 욕되게 한다'는 항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권정생은 책 머리말에 "어른들이 이해 못하는 것을 어린이들은 훨씬 바로 깨달으리라 믿기로 했습니다"라고 썼다. 단편동화 17권을 묶은 '하느님의 눈물'도 함께 나왔다. 신혜원 그림. 각권 208∼236쪽. 각 1만2천원. 초등 1∼2학년.




몸이 온전치 못한 병아리의 안타까운 삶을 그린 동화 '빼떼기'는 출판사 창비에서 그림책으로 새롭게 나왔다. 작품집 '바닷가 아이들'(1988)에 실린 동화에 작가 김환영이 그림을 보탰다.

아궁이에 뛰어들었다가 부리가 문드러지고 발가락도 떨어져나간 검정색 병아리 빼떼기는 빼딱빼딱 걷는다. 순진이네 식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크지만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피해가지는 못한다. 김환영 작가가 병아리를 직접 키우며 그렸다. 68쪽. 1만5천원. 초등 전학년.

'그리운 권정생 선생님'(단비)은 똘배어린이문학회 회원들이 해마다 이맘때 추모제를 지내며 써온 글들을 엮은 추모문집이다. 똘배어린이문학회는 권정생 작품을 중심으로 창작동화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똘배'라는 이름은 권정생의 동화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에서 가져왔다.

해마다 '권정생 동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내가 좋아하는 권정생 단편 동화'처럼 주제를 정해놓고 추모제를 열며 글을 써 모았다. "우리는 무엇으로 만나고 무엇으로 인연을 이어가는가 생각해보니 그 안에 권정생이 없다면, 권 선생님이 남긴 동화가 없다면 무엇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 싶습니다." 264쪽. 1만4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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