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멘토' 송기인 신부 "5년이 금방…개혁 멈추지 말아야"

입력 2017-05-13 19:25  

文대통령 '멘토' 송기인 신부 "5년이 금방…개혁 멈추지 말아야"

밀양 자택서 인터뷰 "문 대통령 아주 강하다. 들어주는 힘 있고 생각 깊이 해"

당선 인사 전화에 바로 "끊고 일하라"…"적폐 청산하지 않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송기인(79) 신부는 13일 "적폐 청산 없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이라며 "아무리 아파도 썩은 것은 도려내야지, 감싼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송 신부는 2005년 12월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마을에 정착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실수를 적게 할 것"이라며 "그는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하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72년 12월 사제 서품을 받은 송 신부는 부산 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송 신부와 일문일답.


-- 건강은 어떠신지.

▲ 괜찮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후 이곳에 정착한 지 12∼13년 됐다.

-- 문 대통령이 재수 끝에 당선됐는데.

▲ 이번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다. 대세였다. 촛불이 밀어줬다. 촛불이 아니면 선거가 미뤄졌을 것 아니냐. 워낙 국내외 상황이 어려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잘못해도 너무 잘못하니깐 나선 것 아닌가.

-- 노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인연은 언제부터인지.

▲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반정부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이 안됐다. 무일푼으로 변호사 길로 들어섰는데 그때 먼저 개업한 노 전 대통령을 소개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함께 만났지.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였어. 젊은이들이 민주화운동으로 연행되면 두 사람에게 (변론을) 부탁하곤 했다.

-- 문 대통령 가족과 인연은.

▲ 문 대통령 모친과 아주 오래전부터 친하다. 부산 신선성당 주임신부로 있을 때 모친이 성당 사목위원회 부회장을 맡았다.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다.

-- 참여정부 이후 10여년 만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는데.

▲ 이미 문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고 10년간 다른 정부가 하는 걸 보고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준비를 많이 했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

-- 이낙연 총리 후보자 등 새 정부 첫 인선을 어떻게 보나.

▲ 다 아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대체로 진보적으로 꾸리는 것 같다. 진보적인 것이 꼭 좋은 것만 아니고 발목을 잡힐 우려도 있다. 국회가 딴지를 걸 수도 있으니 참작해야 한다.

-- 많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 적폐를 청산하지 않는 화합은 거짓말 화합이다. 아무리 아파도 썩은 것은 도려내야지, 썩은 걸 감싼다고 낫는 것이 아니다. 적폐를 청산하고 화합을 해야지, 적폐를 포함해서 화합하자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 참여정부 때 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안 했다고 보나.

▲ 청산이 안됐다. 하려고 하다 말았다.






-- 참여정부 공과는.

▲ 참여정부만큼 큰 변혁을 가져온 정권은 없었다. 특히 검찰을 독립시켜줬다. 각각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 아니냐. 당시 그런 걸 놓고 보수언론이 딴지를 걸고 발목을 잡았다. 그때 보수언론을 비롯해 야당, 보수 쪽에서 협조했더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한 단계 올라갔다.

--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장·단점은.

▲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실수를 적게 할 거다. 그는 들어주는 힘이 있고 생각을 깊이 하기 때문에 부딪히는 일이 적을 것 같다. 들어주는 아량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머리가 좋고 공부를 많이 하고 실력이 있으니깐 다른 사람 의견을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는 어떤 일이 있으면 자기가 먼저 결정해 버렸다.

-- 문재인 정부에 국민들 기대가 큰 것 같은데.

▲ 국민이 신뢰하고 희망 섞인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앞서 국정 운영 경험과 그동안 쌓아온 공부가 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새 정부 인사에 대한 생각은.

▲ 탕평, 탕평하는데 그 지역 균형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실제로 해당 분야에 우리나라에서 실력이 가장 우수하냐를 봐야 한다. 가장 좋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남북관계가 여전히 막혀 있는데.

▲ 국민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 주민의 배고픔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라도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경색된 남북관계 물꼬를 열자고 하면 보수 쪽에서 야단일 거다. 먼저 사람이 사람 도와주는 것,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






-- 문재인 정부에 대한 당부는.

▲ 시간이 길지 않다. 5년이 금방 간다. 쉬지 말고 부지런히 계속 일해야 한다. 개혁을 멈추거나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 취임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열심히 하는 것 같은가.

▲ 우선은 그렇다(웃음). 하지만 조금만 있으면 딴지를 거는 세력이 많을 거다. 보수언론이 특히 그럴 것 같다. 이런 세력에 발목이 잡힐 우려도 상존한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도 이런 부분에 발목을 잡힌 것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

-- 곁에서 개인적으로 본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 아주 강하다. 운동을 잘 하지 않느냐. 특전사 출신으로 등산도 좋아하지만, 스쿠버다이빙광이다. 가족 4명이 다 잘한다. 좀 안됐다 싶은 게, 청와대 가서 이제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을지(웃음). 어쨌든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는 것도 박력 있고 두려움 없이 잘했다. 축구도 잘한다. 운동에 만능이다.

-- 문 대통령은 골프를 하는가.

▲ 못한다. 골프채는 있지만 너무 바쁘고 돈도 들고 하니깐 안 하더라. 하지만 난 언젠가 그것이 핸디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를 할 줄 알아야 다른 나라 수장이 골프를 제의해도 응할 수 있는데 할 줄 모르면 귀한 시간을 놓칠 수 있다. 웃으면서 언제가 후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통화했나.

▲ 당선 후 한번 전화가 왔다. 그런데 그냥 끊었다. 내가 '바쁘니 끊으라'고 했다. 대통령이 전화할 시간이 있겠느냐. 우리는 서로 아는 사람인데 뭐하려고 전화를 하느냐. 그냥 예의상 전화를 했겠지만, 그냥 '끊고 일하라'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전화가 왔길래 그냥 격려만 해줬다.

-- 문 대통령 주변 가족 가운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

▲ 없다고 본다. 그 집에 식구는 그럴 사람은 없다. 남동생은 오래전부터 멀리 있으면서 배를 탔고 여동생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겨를이 없다. 아이들도 다들 각자 삶에 충실한 거로 안다.

-- 오는 23일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나.

▲ 지난 9일 지인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하고 왔다. 이번 추도식에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더더욱 안 간다. 정치인들 많이 갈 텐데 나까지 가면 더 복잡하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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