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꼭 100년 전 포르투갈 시골 마을에서 성모 발현을 목격한 어린 양치기 남매가 가톨릭 성인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 파티마 대성당 앞에서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마르투 남매의 시성 미사를 열고 두 사람을 성인으로 선포했다.
교황이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를 이제 교회의 존경을 받는 성인으로 공식 추대한다"고 말하자 전 세계에서 모인 약 50만 명의 신자들 사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가톨릭 역사상 순교하지 않고 성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 중 최연소 성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교황은 "우리는 성모 마리아에 이끌려 하느님을 의지한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성인을 삶의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며 "신이야 말로 두 성인이 반대와 고난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었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 마르토 남매는 사촌인 루치아와 함께 1917년 5월 13일부터 그해 10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포르투갈 중부 소도시 파티마에서 성모의 발현을 목격하고, 3차례 비밀 계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 전달된 계시는 지옥과 1·2차 세계 대전, 1981년 이뤄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겨냥한 암살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남매는 성모 발현을 목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사회를 혼란시킬 소지가 있다며 감옥에 갇히는 등 핍밥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이들이 세상을 떠난 후인 1930년에 가톨릭 교회로부터 기적을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이들 남매는 성모의 계시를 받은 지 2∼3년 안에 당시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각각 10살, 9살의 어린 나이에 연달아 사망했고, 2000년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시복됐다.
포르투갈 주교회의는 1929년 수녀가 된 뒤 2005년 97세를 일기로 선종한 사촌 루치아에 대한 시복 절차도 추진 중이다.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115㎞ 떨어진 인구 8천의 한적한 시골 마을 파티마는 양치기 어린이들의 기적이 알려진 후 매년 수백만 명의 순례객이 찾는 가톨릭 성지가 됐다.
한편, 오전 일찍 진행된 시성식을 보기 위해 상당 수 신자들이 노숙을 불사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성모 마리아가 사회의 가장 연약한 사람들, 특히 병자와 장애인, 죄수와 실업자, 빈자와 버려진 사람들을 보호해주길 간구한다"고 기도했다.
서유럽과 북유럽에서 최근 빈발한 테러를 의식한 포르투갈 정부는 대규모 인파가 몰린 시성식 현장에 6천 명의 경찰과 비상 요원을 배치하고, 진입로에는 차량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콘크리트 블록도 설치했다.
또 솅겐 조약에 따른 유럽연합(EU)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일시 중지하고, 9개 국경 교차점만 열어놨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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