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헬기사격 종합보고 회견서…"도청 진입작전 일부"
성과 "자위권발동 허구 입증"…과제 "정부의 총체적 진실규명"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이 육군본부 작전지침에 따라 계획적으로 전개됐다고 주장했다.
시는 헬기사격이 '시민군 최후 항전지' 전남도청 진압작전 공중엄호에 나선 수송 헬기에서 M-60 기관총에 의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헬기사격이 계획적인 명령체계로 수행됐다는 광주시 분석은 금남로 집단발포가 자위권 발동에 따른 것이라는 신군부 측 주장을 무너뜨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육군본부 작전지침 따라 M-60으로 사격
광주시는 15일 '5·18 헬기사격 종합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 헬기사격을 한 부대는 육군본부 예하 61항공단 202·203대대 소속 UH-1H(일명 휴이·HUEY) 수송 헬기라고 밝혔다.
시는 육군본부 작전지침·20사단 작전일지 등 군 자료와 '12·12 및 5·18 사건' 당시 검찰 수사기록 분석, 광주시 5·18진실규명 지원단이 진행한 관련자 인터뷰 등을 종합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투입 헬기 첫 임무는 21일 금남로 집단발포 후 전남도청에 고립된 공수대원의 수송이었던 것으로 광주시는 파악했다.
시는 헬기가 무장을 갖춘 시점을 육본 작전지침 가운데 'Hel기 작전계획 실시' 명령서가 접수된 22일 오전 8시 30분으로 추정했다.
지침에 따라 5월 22일 이전 투입된 헬기 무장이 진행됐으며 육군 참모차장 황영시는 23일 전교사 부사령관 김기석, 기갑학교장 이구호 등에게 무장헬기와 전차 동원을 하달했다고 광주시는 부연했다.
시 5·18진실규명 지원단 관계자는 "5·18 당시 UH-1H를 운용한 부대는 61항공단밖에 없고 광주에 투입된 부대는 202·203대대가 유일하다"며 "헬기가 M-60 거치한 채 출동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설명했다.
◇ 헬기 발포는 도청진압 나선 공수대원 엄호 사격
광주시는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사격이 이뤄진 시점을 계엄군이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폈던 27일 새벽 4시부터 5시 30분 사이로 파악했다.
진압작전 당일 3공수여단 작전상황일지 등에 따르면 전남대병원 뒷담을 넘던 공수대원이 전일빌딩 옥상 방향에서 중화기 공격을 받았다.
신군부 지휘부는 전일빌딩에 시민군 3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지만, 시민 증언에 따르면 전일빌딩과 주변 건물에는 40∼50명의 시민군이 배치됐다.
광주시는 다수 시민군과 자동화기가 배치된 전일빌딩과 주변 건물에서 1시간 동안 교전 상황이 이어졌고, 계엄군이 공중 화력을 지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는 전일빌딩 외벽에 카빈소총 탄흔을 발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주목했는데, 맞은편 YWCA 건물에 있던 시민군이 계엄군을 향해 사격한 정황증거라고 추정했다.
27일 항쟁 종료 후 전일빌딩에서는 9∼10층 유리창에 총알구멍이 뚫려있었다는 목격담과 소총과 대검 등 무기류가 발견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만, 광주시는 전일빌딩에서 헬기사격에 의한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 발포명령자 등 총체적 진실규명 과제 남아
광주시는 "이번 분석 성과는 금남로 집단발포가 '자위권 발동'이라던 신군부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발포명령자 규명은 행방불명자 집단메몰지 발굴 등과 함께 5·18 진실규명의 최대 난제로 손꼽힌다.
시는 "상공을 비행하는 헬기가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어떤 자위권을 발동하겠느냐"며 "5·18 당시 헬기가 공격받았다는 기록이나 증언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전일빌딩에 실탄사격을 감행한 61항공단 소속 헬기가 202·203대대 10대의 헬기 가운데 어떤 헬기인지 등 구체적인 규명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실제 사격 명령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조사권을 확보한 국가 기구가 구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그 전제조건으로 5·18진실규명특별법 제정을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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