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제재동맹' 사각지대에 날린 北 IRBM…대북전열 시험대

입력 2017-05-15 10:51   수정 2017-05-15 10:56

'미중 제재동맹' 사각지대에 날린 北 IRBM…대북전열 시험대

미국 경각심 높이며 미사일 개발 가속…제재강화-협상 '기로'

문재인 정부 '제재-대화' 병행 정책, 쉽지않은 환경서 출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레드라인'(한계선)은 넘지 않되, 핵무기 운반 능력을 꾸준히 강화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북한 김정은의 전술에 국제사회의 대응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은 14일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을 통해 15일 보도했다.

14일 발사 확인 직후 상승 고도와 비행 거리로 미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지만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이른바 '전략도발'에 나설 경우 중국을 동원해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며, 이런 입장은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핵실험도 ICBM도 아닌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새로운 제재 결의를 끌어내 제재한 적이 없다.

안보리는 16일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그동안의 대응 패턴에 비춰 볼때 대북 규탄과 함께 기존 안보리 제재 결의를 보다 충실히 이행할 것을 강조하는 수준의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괌과 알래스카를 사정권 안에 두는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2가 핵무기 운반수단으로서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고 기존 안보리 결의 위반인 것도 맞지만,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 차원의 응징을 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까지 동원해 고강도 대북 압박을 하고 있지만 김정은은 그 압박의 사각지대를 질주하며 계속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성-12 관련 북한의 발표에서 "위력이 강한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는 대목과 "가혹한 재돌입 환경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특성과 핵탄두폭발체계의 동작정확성을 확증"했다는 대목, "미 본토와 태평양작전지대가 타격권안에 들어있다는 현실"(김정은 발언) 등의 언급에서는 미국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의중이 읽힌다.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기까지 북한이 넘어야 할 결정적인 고비는 발사 거리보다는 1t 정도의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는 '엔진 추력'과 미사일 동체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할 때의 고열과 진동 등에 견디도록 하는 이른바 '재진입 기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 점을 감안하면 사실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형중량 핵탄두', '가혹한 재돌입 환경' 등의 언급은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을 건드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간의 전례없는 협력 속에 형성된 제재망을 교묘히 피하면서 미사일 기술은 향상시키는 한편 미국을 압박하는 등 다중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셈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획기적인 대북 제재 강화를 모색할 것인지, 현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지를 결정할 순간을 머지 않아 맞이할 전망이다.

'선'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획기적인 제재 강화를 할 수 없다면 결국 북한과의 협상을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미국이 바라는대로 '북한의 비핵화 결단에 입각한 비핵화 협상'이 될 것인지, 한·중이 공감하는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병행 협상이 될 것인지,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 인정에 입각한 핵동결-핵군축 협상'이 될 것인지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중요한 시험대에 직면했다.

북한의 핵개발도 막아야 하지만 미국이 북한의 미 본토 핵공격이 가능한 수준의 핵·미사일 개발만 막자는 계산 하에 완전한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 채 핵동결을 현실적 목표로 설정하는 상황도 막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복원 행보에 나설 경우 제재 강화를 주장하는 미·일 등 국제사회의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재인표 대북정책'은 어려운 환경에서 닻을 올리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미국을 상대로 '핵동결로 끝낼 생각을 하지 말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새 정부는 임기 초 남북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급하게 나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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