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다면 가정부로 일해도 좋다"
고향에 두고 온 딸을 위해 이국땅에서 20년간 고된 가정부의 삶을 감내한 40대 미혼모. 그리고 이런 어머니와 함께 살겠다는 일념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마저 던지고 가정부의 삶을 택한 20대 딸.
싱가포르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20년만에 '어머니의 날'(5월14일)을 함께 보낸 필리핀 출신의 이주노동자 진 아빌라 가딩안(45)과 그녀의 딸 제시카 가딩안(23)의 감동적인 사연을 15일 소개했다.
필리핀에서 남편 없이 딸을 낳은 뒤 생계가 막막했던 어머니 가딩안은 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1997년 홀로 싱가포르로 건너갔다.
그는 힘든 가정부 생활을 하면서도 월급의 대부분을 본국으로 보내 딸이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런 어머니의 희생 덕에 딸 제시카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고, 대학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한 뒤 외국인의 비자 신청 처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나 제시카는 어머니와 함께 살겠다는 일념으로 안정적인 직장마저 내던지고 최근 싱가포르에 왔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사무직 직장을 찾았지만, 필리핀에서 온 이주노동자에게 사무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을 수 없을지라도 어머니와 함께 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그는 결국 어머니와 같은 가정부의 삶을 택했다.
현재 어머니는 주롱 이스트, 딸은 초아 추 캉에서 각각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20년 만에 어머니와 '어머니 날'을 함께 보낸 제시카는 "어머니는 내 대학 학비를 대느라 희생하셨고 그 희생은 값졌다"며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은 직장을 버리고 가정부 일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는 번 돈을 쓰지 않고 우리에게 보내셨다. 이제 내가 어머니를 도우러 여기 왔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가딩안도 "딸이 가정부로 일하게 되어 안쓰럽지만, 딸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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