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명예라도 지켜주고 싶어…교사들 순직군경 인정해주길"
(목포=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세월호 참사 후 4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에요. 선생님들한테는 생일이나 다름없는 날이라 더욱 남편이 그립네요."
스승의 날인 15일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목포신항 철조망에 걸린 남편의 사진을 만지고 또 만지며 "올해는 꼭 돌아올거죠? 여보"라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유씨는 "이 빨간 넥타이도 내가 사준 건데…. 수학여행 갈 때도 내가 사다 준 새 등산화를 신고 갔다. 새 운동화를 식당에서 누가 신고가버려서 다음날 또 사줬다니까"라며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인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뉴스를 접한 유씨는 "정말 잘 됐다.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기간제 교사여도 학생지도와 담임 업무 다 하셨다. 아이들을 구하러 간 것만 봐도 학생들을 향한 마음과 행동이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다 순직한 교사들을 '순직공무원'보다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군경'으로 인정하길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최근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교사들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잇따랐지만 국가보훈처가 모두 항소한 상태다.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상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 등이 국가의 안전 및 국민 생명 보호 업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경우 '순직군경'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인 교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수원지법, 인천지법, 창원지법 등에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숨져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준하는 보호와 예우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유씨는 이날 전남도지사 시절부터 미수습자 가족들을 자주 찾아 왔던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4번째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희생된 교사 9분은 영원한 안식처가 아닌 임시 납골당 이곳저곳에 흩어져 쓸쓸히 머물고 있고 2분은 미수습으로 남아 있다. 희생된 선생님들이 영예롭게 순직군경으로 예우받을 수 있게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씨는 "우리 남편이 살아오시지는 못하지만, 명예라도 지켜주고 싶다"며 남편의 사진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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