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은 '울상'…성년의 날 노려 장미꽃 장사만 한창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양지웅 기자 = 스승의 날이자 성년의 날인 15일. 서울 대학가는 카네이션이 아닌 장미로 뒤덮였다.
캠퍼스 안에 장미꽃을 손에 쥐고 걸어가는 학생은 있어도 카네이션을 들고 있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만 해도 스승의 날에 학교마다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좌판이 군데군데 차려졌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기념일인 이날은 썰렁한 편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꽃을 팔던 한 상인은 "뉴스에서 청탁금지법 때문에 카네이션 주는 것도 안된다고 하길래 오늘은 장미만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작년에는 3∼4팀이 나와서 카네이션을 팔았는데 오늘은 나 혼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나도 근처에서 꽃집을 하고 있어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홍익대학교 앞에도 꽃을 파는 좌판이 2개 설치됐다. 카네이션도 있었지만, 장미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상인 김모(58)씨는 "카네이션 바구니도 몇 개 갖고 오기는 했지만, 성년의 날을 맞아 장미를 팔러 나온 거라 팔릴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웃었다.
매일매일 담임선생님을 봐야 하는 초·중·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에서는 수업을 골라 듣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스승의 날을 챙겨야 한다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은 다르다. 교수와 같은 연구실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기 때문에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유명 사립대 대학원생 A(29)씨는 "월급도 쥐꼬리만큼 받는데 연구실 사람들끼리 돈을 걷는 것도 부담스럽고 매년 다른 선물 고르는 것도 귀찮았는데 청탁금지법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원생 B씨가 속한 한 사립대학 연구실에서는 지난해 3명이 돈을 모아 20만원짜리 한우세트를 선물했는데 올해는 꽃다발과 감사편지로 갈음했다. B씨의 한 달 월급은 50만원이라고 한다.
그냥 넘어가자니 찜찜해서 오히려 고민이 늘었다는 대학원생 C(30)씨는 "꽃도 주면 안 되고 케이크도 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자니 신경 쓰인다"며 "다른 연구실 분위기는 어떤가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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