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연구진…민감도 '원자힘현미경'의 10배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균이나 심장 근육세포의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초소형 장치가 나왔다. 이 장치의 힘 측정 민감도는 현재 연구에 이용하는 원자힘현미경(AFM)의 10배에 달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진은 이런 장치를 개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최신호(15일 자)에 발표했다고 16일 밝혔다.
가느다란 섬유 형태인 이 장치는 지름이 수백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정도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장치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산화주석 섬유 표면을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있는 고분자인 '폴리에틸렌 글라이콜'로 코팅하고 그 위에 수많은 금 나노입자를 붙인 것이다.
원리는 산화주석 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레이저 빛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산화주석 섬유 한쪽 끝에 레이저 빛을 비춰주면 다른 쪽으로 전달되는데, 금 나노입자의 영향으로 빛의 일부가 흩어진다. 만일 금 나노입자와 산화주석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면 레이저 빛의 흩어짐(산란) 정도는 더 커진다.
논문의 제1저자인 이준 연구원은 "나노입자가 외부의 힘을 받아 눌리면 금 나노입자와 산화주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빛의 산란 정도가 커지는데, 이를 역이용하면 빛의 산란 정도를 통해 나노입자와 섬유의 거리를 환산, 힘의 크기를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위궤양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있는 배양액 속에 장치를 넣자 세균이 헤엄치며 내는 힘인 400fN(펨토뉴턴·1fN=1천조 분의 1N)을 감지해냈다.
또 쥐의 심장 근육세포들의 수축·이완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준 연구원은 "이 장치는 펨토뉴턴 수준의 미세한 힘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앞으로 세포가 받는 힘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껏 세포가 받는 힘을 측정하려면 형광을 내는 분자를 붙여 현미경으로 측정해왔지만, 형광 분자가 빛을 내는 시간이 짧아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를 해결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번 연구에 공저자로 참여한 윤일선 충남대 화학과 교수는 "이 시스템은 다양한 환경 및 질병에 따른 세포의 실시간 상태 모니터닝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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