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인구감소로 지방의회 무투표 당선 속출…의원 사퇴시 입후보자 부족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의회를 폐지하고 유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주민총회인 '초손(町村) 총회'를 설치하는 기초자치단체가 일본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고치(高知)현 오카와무라(大川村) 의회의 아사쿠라 아키라 의장은 15일 가와카미 후미토 의회 운영위원장에게 '초손총회'설치가 필요할지를 검토해 달라는 자문요청서를 제출하고 12월 20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지방자치법은 기초단체인 초손의 경우 의회를 두지 않고 유권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무성에 따르면 1950년대에 도쿄도(東京都)의 당시 우쓰키무라(宇津木村. 현 하치죠 마치(八丈町)에 초손총회가 설치된 사례가 있으나 현재는 이를 두고 있는 자치단체가 없다.
오카와무라는 인구가 약 400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지난 3월 말 현재 42%가량에 달한다. 2015년 이 지역 의회 의원 선거에서는 해당 의회 의원 정원에 해당하는 6명이 입후보해 무투표로 전원 당선이 결정됐다.
오카와무라는 의원의 평균 연령이 70세 이상이어서 이들 중 은퇴자가 생기면 입후보할 인력이 부족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회 측은 자문요청서에서 의회 유지에 대해 "불안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의회조직을 구성할 수 있을지, 총회를 설치하기 위한 조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총회설치에 주민의 이해를 얻을 방법이 무엇인지, 촌장과의 협의는 어떻게 진행할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와 관련,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인구과소 기초자치단체에 주민총회가 설치될지 모르겠다면서 "총무성으로서는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적절한 조언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총무상의 발언은 주민총회 설치가 현안으로 떠오른 오카와무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총무성은 그러나 주민총회 설치 움직임이 오카와무라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무성은 작년 11월 1일 현재 인구 1천 명 미만의 자치단체가 오카와무라를 비롯, 전국에 28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두 고령화와 인구과소화가 심각한 지역들이다. 실제로 2015년에 실시된 전국 373개 초손의회선거에서는 23.9%에 해당하는 89개 선거구에서 출마자가 모두 무투표로 당선됐다.
아사쿠라 오카와무라 의회 의장은 자문요청서를 제출한 후 기자들에게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행정구역을 지킬 수 없다"며 "주민의 뜻을 묻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가와카미 의회 운영위원장은 "의회를 계속 유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주민총회도 검토해봐야 한다. 되도록 빨리 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와다 가즈히토 오카와무라 촌장도 6월에 열릴 의회에서 주민총회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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