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 출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7승을 포함해 18승을 올렸고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해 '골든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아직 국내 대회 우승이 없다.
일본에서도 4차례 정상에 올랐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는 유독 인연이 없다.
국내 대회 출전 횟수도 적지 않다. 작년까지 9년 동안 16차례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우승 기회도 많았다. 준우승 5번을 포함해 11차례 톱10 입상이 말해주듯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린 적이 여러 번이다.
코스레코드 경신이 세 번이고 홀인원도 두 번이나 기록하는 등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박인비가 올해 첫 국내 대회에 출전한다. 박인비는 17일부터 닷새 동안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리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나선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실전 리허설 삼아 참가했던 삼다수 마스터스 이후 9개월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전했던 대회와 달리 이 대회는 매치 플레이 방식이다. 매치 플레이는 1대1 대결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하루 부진해도 다음 날 만회할 수 있지만 매치 플레이는 '내일'이 없다. 상위 랭커가 무명 선수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자주 벌어지는 게 매치 플레이다.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지만 박인비의 국내 무대 첫 우승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박인비는 "부상에서 벗어나 컨디션과 스윙 모두 좋다. 체력이나 정신력도 준비되어 있어 기대가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박인비는 "예측 불가의 매치 플레이지만 최대한 오래 남아 국내 팬과 가능하면 오래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올해부터 조별리그 제도를 도입해 유명 선수의 첫판 탈락의 위험성을 확 낮췄다.
17일부터 사흘 동안 4명의 선수끼리 한 번씩 맞붙어 1위가 16강에 진출한다. 16강부터는 1대1 녹다운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종전에는 64강전부터 한 번이라도 지면 탈락이지만 조별리그 도입으로 초반 패배는 만회할 기회가 있다.
이변이 많은 만큼 천하의 박인비뿐 아니라 웬만한 투어 강자들도 우승 후보로 거론하기가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작년 대회 때 8강 이상 상위권에 올랐던 선수들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통한의 준우승에 머물렀던 김지현이 주목받는다.
김지현은 지난해 64강전부터 결승에 진출할 때마다 라운드마다 일방적인 승리를 올렸다.
5차례 경기에서 18번홀까지 간 승부는 32강전 딱 한 번이다. 연장전은 치러본 적이 없이 결승까지 내달렸다.
자신도 "내가 이렇게 매치 플레이에 강한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올해는 생애 첫 우승까지 따낸 김지현은 지난해 결승전 역전패의 한을 풀어내겠다는 투지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4강에 진출해 3위와 4위를 나눠 가진 장수연과 배선우도 매치 플레이 여왕 자리를 노린다.
장타력과 함께 겁없는 과감한 플레이로 투어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김지영과 이정은, 이소영 등 2년 차 3인방도 매치 플레이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김지영과 이소영은 신인이던 작년에 나란히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상금랭킹 1위이자 유일한 2승 선수 김해림도 시즌 3승을 탐내고 있다.
경험 많은 관록의 고참 선수들도 무시할 수 없다.
퍼팅 달인 이승현은 이 대회에서 무려 17승(7패)을 올렸다. 김혜윤은 15승(9패), 김보경은 14승(8패), 윤슬아는 12승(8패), 허윤경도 11승(8패)의 관록을 자랑한다. 10승(6패)의 김자영이나 9승(9패)을 기록한 홍란도 경험이 많다.
김보경, 윤슬아는 이 대회 우승도 맛봤다.
김보경과 김혜윤, 윤슬아, 홍란 등 4명은 첫 대회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출전한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들 4명에게 10돈짜리 순금 골프공을 10년 개근상으로 주기로 했다.
작년까지는 결승까지 6라운드를 치렀지만, 조별리그 도입으로 7라운드가 되면서 경기 일정이 나흘에서 닷새로 늘었다. 주최 측은 대회 총상금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증액했다. 우승 상금도 1억2천만원에서 1억7천500만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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