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기간 정치적 의사 표현 활발…젊은 층은 개혁파·노년층은 보수파 지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나흘 앞으로 다가온 이란 대통령 선거는 이란이 중동에서 민주주의 공화정으로서 가장 발전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체감할 수 있는 정치 이벤트다.
비록 종교의 최고 권위자가 가장 강력한 정치권력도 함께 행사할 수 있는 신정일치 체제이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안정된 편이다.
대통령과 의회 의원, 지방의회 의원, 지자체장을 비롯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 국가지도자운영회의(Assembly of Experts) 위원도 직선제로 선출한다.
중동에서 절대 군주정이 아닌 공화정 체제는 이라크, 시리아, 예멘, 이집트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이란을 제외하면 모두 내전 중이거나 쿠데타(이집트)로 군부가 집권하는 등 내치가 불안한 상황이다.
19일 예정된 제12대 이란 대선은 최근 치러진 한국 대선과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구도 면에서 중도·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1강'을 지키는 가운데 보수 진영 유력 후보 2명이 이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로하니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초중반을 나타내고, 나머지 보수 후보 2명이 25% 내외로 집계된다.
이번 한국 대선과 비슷한 '1강 2중' 구도인 셈이다.
이 때문에 보수 후보 2명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지만 이들은 완주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대선은 결선 투표제가 있어 로하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자칫 역전패할 공산이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서 51%를 얻어 간신히 절반을 넘겼다.
이란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혁 성향의 후보는 젊은 층에 인기가 높고, 보수파 후보는 노년층의 지지를 받는다.
다만, 이란의 개혁파는 친서방 정책을 선호하고 보수파는 반서방·반미 정책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반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선거 국면에서 북한의 강경 도발은 보수파에 유리할 것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이란에선 미국의 반(反)이란 강경책은 보수파에 반사 이익을 주곤 한다.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로하니 대통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란은 한국보다 정치적 의사 표현이 상대적으로 통제된 편이지만 선거 국면에선 예상외로 상당히 뜨거운 선거전이 벌어진다.
생방송 토론에서 "자격이 없다"면서 상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하고 경쟁자와 정책을 놓고 신랄한 비판을 주고 받는다.
실외 유세는 금지되지만 실내에서 열리는 지지행사에선 가수 콘서트를 방불케 할 만큼 열기가 달아오른다.
개혁파 후보의 유세장엔 남성보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보습을 볼 수 있다.
지지자들은 길거리에서 자발적으로 후보의 전단을 나눠주고, 자신의 차에 후보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는 등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활발히 표현한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후보의 포스터를 볼 수 있는데 한국처럼 선거관리위원회가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다양한 포스터가 벽 뿐 아니라 가로수에도 걸린다.
이란의 투표는 기표용구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방식이 아니라 후보의 이름을 직접 펜으로 쓰기 때문에 홍보 포스터는 후보의 얼굴보다는 이름을 부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달리 후보의 가족이 선거 운동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후보 본인 외에 가족과 관련된 의혹은 거론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보수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가 로하니 정부의 내각 중 한 명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자 로하니 캠프에선 칼리바프의 아들의 부정축재 의혹을 들고 나왔다.
이에 로하니 대통령은 "가족 문제를 선거에 끌어들이는 것은 점잖치 않다"며 자체 진화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