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학자 진단…"변화 열망 속 새 대통령에 기대감 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압승을 거둔 이번 한국 대선 결과는 세대 간 갈등과 지역주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문후보가 북한과의 협상을 선호하는 진보적 후보였음에도 안보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그에 대한 지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정치학자인 스티븐 데니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 기고를 통해 한국 대선 결과에 따른 4가지 교훈을 지목했다.
우선 투표 결과를 통해 세대 간 분열이 두드러진 점을 지적했다. 20~40대와 60대 이후 세대에서 후보 간의 지지 성향이 큰 차이를 보인 점에 주목했다.
20~40대는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변화를 선택했으나,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당(자유한국당)의 정체성 위기와 분열이 촉발된 상황에서 장년층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지지를 보낸 것은 다소 의외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준표 후보가 내세운 반공적 이념은 지난 1980년대 시대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장년층 유권자들이 당의 정체성과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그를 지지한 것은 한국에서 첨예한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민족적 동질성에 대해 신구세대 간에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 결과의 따른 교훈은 안보 문제가 문재인 후보의 주요 취약점이 되지 않은 점이라고 데니 교수는 지적했다. 문 후보는 주요 경쟁 후보들로부터 안보관을 집중 공격받았으나 지지도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오히려 일자리 등 경제 문제에 더 큰 관심이 있었다면서 결국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북한 문제 등 안보를 포함한 모든 문제 해결에 적합한 후보라고 판단했다는 평가이다.
한편으로 문 후보가 개성공단 재개 등 북한과의 경제관계 회복 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으나 한미 동맹 관계의 근본적인 재설정이나 대외 정책의 급격한 변화 징후는 보이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반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고 덧붙였다.
데니 교수는 이번 대선 결과를 통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아직 건재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한국 대통령 후보 사상 처음으로 부산과 광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점이 주목받고 있으나 부산에서 1위는 그의 출신지임이 다분히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남지역에서 3% 지지율에 그친 보수 홍준표 후보가 대구와 경북, 경남에서 승리한 것은 지역주의의 결과라는 것이다.
또 이번 대선 투표율이 77.25%로 지난 2012년 대선보다 1% 포인트가 높았으나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평균 투표율에 못 미치고, 특히 전 대통령 탄핵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예상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데니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비민주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데니 교수는 그러나 지역주의와 세대 간 갈등 등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문재인 새 대통령에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83.8%가 새 대통령이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반응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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