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문서 공개해야…일본 사죄가 문제 해결 조건"

입력 2017-05-15 20:13  

"위안부 합의 문서 공개해야…일본 사죄가 문제 해결 조건"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끝나지 않은 역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15년 12월 한·일 외교장관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문서는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양국 간에 어떤 내용이 합의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문서가 공개돼야 합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1992년부터 국권침탈의 불법성을 연구해온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한국병합 강제 연구'에 이어 4개월 만에 '끝나지 않은 역사'(태학사 펴냄)를 출간했다.

이전 책에서 일제가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강탈하기 위해 체결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증명한 그는 이번 신간에서 을사늑약부터 1965년 한일협정까지 60년간의 역사를 분석한 뒤 한일 위안부 합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가 보기에 위안부 합의의 요점은 일본 정부가 예산에서 출연금 10억 엔(약 100억원)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제공하고, 한국 정부는 소녀상 철거에 협조한다는 것이다.

그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소녀상 건립 확산을 막기 위해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구두 합의 혹은 외교적으로 제3국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각서 형식을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문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죄 의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교수는 거듭 지적했다. 만일 합의문에 사죄가 명시돼 있지 않다면, 일본 정부의 지원금은 불법적 피해에 대한 배상금이 아닌 인도적 성금이라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일제가 한국을 근대화하고 문명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100년 전의 생각을 오늘날 일본인들이 그대로 물려받았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식민지배를 합리화하려 했던 시도는 100여 년 전부터 이뤄졌다. 이 명예교수는 도쿄니치니치(東京日日)신문의 1910년 7∼8월 기사를 살펴본 뒤 일본이 대한제국 황제가 합병을 원했다는 식의 허위 보도로 여론몰이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그는 식민지배의 잔재가 대한제국과 고종을 향한 역사관에도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일제는 고종 황제를 유능한 군주가 아니라 아버지와 부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유약한 왕으로 만들었다"며 "당시 조선 사람들은 고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관계에서 고종의 희생은 한민족 전체의 희생이었다"며 "1919년 임시정부를 세운 사람들이 그를 어리석은 군주로 여겼다면, 대한제국을 계승한 대한민국을 국호로 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명예교수는 고종이 조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상황에서 1919년 1월 21일 일제가 그를 독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제는 윌슨 미국 대통령이 1918년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자 네덜란드 헤이그에 특사를 보냈던 고종이 다시 외교적 움직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며 "조선총독부는 뒤늦게 을사늑약을 승인하라고 고종에게 강요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암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24쪽. 3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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