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선 감독이 강조한 첫번째 "항상 겸손하라"

입력 2017-05-15 18:42  

백지선 감독이 강조한 첫번째 "항상 겸손하라"

부임 3년 만에 3부리그서 1부리그 승격 이뤄내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 따로 일깨울 필요 없어"




(진천=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우리는 겸손해져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3부리그에서 1부리그 승격을 이끈 백지선(50·영어명 짐 팩) 감독은 자신감은 환영하면서도 그것이 지나친 낙관론으로 변하지는 않을까 경계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막을 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1부리그)으로 승격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전패를 당하며 3부리그로 강등됐던 한국이 내년부터는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스웨덴, 체코, 스위스 등 세계 최고 레벨의 강팀을 상대로 꿈에 그리던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1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백 감독은 "1부리그 승격은 우리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줬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대표팀 선수들은 3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올라서기까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먼 길"을 거쳐왔다.

그 자신도 2014년 7월 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할 당시 이 정도의 성과를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은 아이스하키의 변방이었다.

백 감독은 "부임 당시 우리가 1부리그로 승격할 것이라고 기대했느냐고? 나도 모르겠다. 그것은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해 짜놓은 4년 프로그램에 맞춰 뚜벅뚜벅 걸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이 말한 장기 프로그램 중 하나가 체력 강화다. 백 감독은 부임 이래 선수들의 체력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진천선수촌에서 이날부터 11주 일정으로 시작된 여름 체력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비시즌인 여름철에 20m 셔틀런(왕복달리기)과 웨이트트레이닝 등 맞춤형 훈련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렸다. 지난 2년에 걸쳐 여름 동안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을 다진 한국이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3피리어드 역전극이 유독 많았던 이유다.

백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예전에도 스피드가 탁월했다"며 "하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00마일(161㎞)의 스피드로 달린다고 해도 무작정 달린다면 헛된 수고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 선수들은 어느 정도 구조적인 틀 안에서,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면서, 그리고 팀원들과 유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스피드를 활용할 줄 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력한 압박, 그리고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벌떼 전술'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리고 같은 해 5월에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에서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도 그 전략이 효과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백 감독 역시 "그것이 우리의 숙제가 될 것"이라며 "우리 코치진은 선수들이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이날 선수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잊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훈련이 끝난 뒤 저녁 자유시간에 NHL 플레이오프 경기를 챙겨보라고 권유했다.

그는 "숙제를 주는 것은 아니다. 간식 먹으면서 토론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어보라"고 조언했다. 백 감독은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이유를 물었다. 선수들은 "좋아서요"라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백 감독은 토종 선수든, 귀화 선수든 상관없이 유니폼에 새겨진 태극마크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선수들에게 "너희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한국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느껴라"고 누누히 강조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을까.

백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러한 자부심은 이미 우리 선수들 내부에 깃들어 있다"며 "귀화 선수도 대표팀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내가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의 열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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