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단일화 전격 성사…로하니 대통령 연임 '위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이란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중도·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는지 여부다.
이란 대선 구도는 로하니 대통령과 그의 연임을 막으려는 보수 후보 2명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여론 조사상 로하니 대통령이 40%를 웃돌고 이들 2명이 각각 25% 내외의 지지율로 '1강 2중' 추세였지만 대선을 나흘 앞둔 15일 보수파 유력 후보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칼리바프 시장은 사퇴하면서 다른 보수 후보인 검사 출신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칼리바프 시장을 제외하면 대선 후보는 모두 5명이지만 지지율을 고려할 때 이번 대선은 중도·개혁 진영을 대표하는 로하니 대통령과 보수 진영의 사실상 단일 후보인 라이시의 양자 구도로 재편됐다.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보수 유력 후보 2명의 지지율이 로하니 대통령을 넘어서면서 연임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19일 1차 투표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한 주 뒤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자가 결정되는 데 이렇게 되면 로하니 대통령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지금까지 11번 치러진 이란 대선에서 결선투표로 당선자가 가려진 때는 강경 보수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뽑힌 2005년 9대 대선 한 번뿐이었다.
이란의 대통령제는 4년 중임제로, 1979년 이란이 공화정으로 바뀐 뒤 대통령제가 안착한 1981년 이래 취임한 대통령(과도 정부 제외) 가운데 연임에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런 '전통'이 지켜질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4년 전인 지난 2013년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의 득표율은 50.9%로 역대 두 번째로 최저였다. 다른 대통령은 모두 6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50%를 간신히 넘어 결선투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지지층이 두껍지 않다는 뜻이다.
전국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중도 성향 로하니 대통령은 개혁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견고한 보수 세력의 벽을 겨우 넘을 수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란 개혁파의 지도자인 하셰미 라프산자니와 모하마드 하타미 등 2명의 전 대통령이 대선 사흘 전 전격적으로 로하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선언하면서 막판 대역전극으로 승리했다.
게다가 로하니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인 라프산자니가 올해 1월 사망하면서 개혁파의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하타미 전 대통령과 2009년 대선에서 석연치 않게 패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가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을 공개 지지한 만큼 개혁 성향 유권자의 몰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이번 대선의 유권자 수는 5천641만명이다. 지난 대선의 투표율은 72.4%로 역대 네번째였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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