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선 D-3] "문제는 경제야"

입력 2017-05-16 06:55   수정 2017-05-16 07:21

[이란대선 D-3] "문제는 경제야"

거시경제 지표 호전 속 실업 해소 안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테헤란 북부 타즈리시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마수드(56) 씨는 대학을 졸업한 딸의 취업이 걱정이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취직자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핵협상이 되면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고 했는데 지난 1년간 딱히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이란 대선의 성패는 핵협상이 과연 이란 경제를 되살렸느냐에 달렸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손꼽히는 자원 대국이면서도 서방의 제재로 추락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지난 4년간 경제 성적표가 국민의 심판대에 오른 셈이다.

핵합의의 경제적 실효성을 두고 여론은 엇갈린다.

로하니 정부를 지지한다는 테헤란대학교 학생 파루지(23) 씨는 "제재가 풀린 지 이제 1년 남짓인데 10년 넘게 꽉 막혔던 경제가 바로 좋아지겠느냐"며 "핵합의의 효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합의로 경제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보수파의 비판은 애가 이제 막 태어났는데 뛰어보라고 하는 꼴"이라며 "작년부터 외국 기업이 이란에 많이 진출해 서서히 일자리도 많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파루지 씨의 같은 과 친구 마흐디(22) 씨도 "로하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실패가 검증됐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로하니 대통령을 뽑겠다고 말했다.

테헤란 대시장에서 잡화점을 하는 골나르(49) 씨는 "핵합의로 정부는 부자가 되고 있는 지 몰라도 이란 국민은 여전히 가난하다"며 "지난 1년간 장사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란의 직전 회계연도(2016년 3월21일∼2017년3월20일) 실업률(10세 이상 경제활동 기준)은 12.4%로 전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15∼29세까지 청년실업률 역시 25.9%로 이전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보면 이란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6%로 높았고, 교역 규모도 4.3% 늘어났다.

제재 해제 전보다 원유 수출이 배 이상 늘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새 여객기가 처음으로 도입된 성과도 있었지만, 서민층이 '훈풍'을 실제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지금까지 3번 열린 대선 후보의 생방송 토론에선 안보나 외교 문제는 뒷전이었고 오로지 경제 정책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합의로 경제가 회복되는 여러 지표를 과시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과시했다.

이에 맞서 보수파 후보는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젊은 층이 결혼·출산도 못 한다면서 제재 해제만으로는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후보들의 공약도 이념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서민 복지정책에 집중됐다.

테헤란의 택시 운전사 마무디예(44) 씨는 "제재를 받을 때는 자고 나면 물가가 올랐던 게 사실"이라며 "로하니 정부가 인플레는 진정시켰지만 내 지갑은 여전히 비어 있다"고 말했다.

마무디예 씨는 이번 대선에서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실업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거나 경제가 한 달만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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