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지원금 빼돌려 부동산·사치품 등 구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센터와 가톨릭 자선기관은 마피아의 현금지급기였다."
이탈리아 경찰이 15일 유럽 최대의 난민센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남부 칼라브리아 주의 한 난민센터 운영에 마피아가 깊숙이 개입해 거액을 횡령한 혐의를 잡고,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68명을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칼라브리아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마피아를 일컫는 은드란게타 마피아의 일원인 아레나파가 지난 10년 간 크로토네의 카포 리추토 섬의 난민센터의 운영에 관여하며 거액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문제의 난민센터 운영을 맡고 있는 가톨릭 자선단체 '미세리코르디아' 책임자인 레오나르도 사코, 이 지역 교구의 신부인 에도아르도 스콜디오도 포함돼 있다고 경찰은 확인했다.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의미하는 미세리코르디아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관문인 람페두사섬의 난민센터 운영도 맡고 있다.
또, 사코는 프란치스코 교황,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와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이탈리아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마피아 조직 아레나가 이 가톨릭 단체와의 친분을 이용, 난민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공급의 하청을 따내는 방식으로 2006∼2015년 이 난민센터에 지원된 공적 자금 1억300만 유로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천600만 유로를 빼돌렸다며 "난민센터와 '미세리코르디아'가 마피아의 현금지급기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난민들에게 실제로 제공된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을 기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횡령한 돈을 부동산과 고가의 차, 고급 선박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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