楊 "정권교체 갈구했지 권력 탐하지 않았다"…백의종군 선언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고 '백의종군' 하는 방향으로 거취 문제를 매듭지은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양 전 비서관은 정부 공직을 맡지 않더라도 국내에 머물 경우 행여 제기될 수 있는 '비선 실세' 논란에 쐐기를 박기 위해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외국에 체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로 양 전 비서관을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강한 '2선 후퇴'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그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만찬에서 새 정부 국정 운영에 한치의 부담을 주지 않고, 널리 인재를 발탁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세인으로부터 잊혀 지내겠다며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간곡한 요청을 수락하면서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자리를 맡게 되면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실세 논란을 야기해 국정이 시스템으로 굴러가는데 장애가 된다는 뜻을 대통령께 거듭 피력해왔다"며 "대통령께서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버리겠다는 양 전 비서관의 충정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 때 선대위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양 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대선도전을 준비할 때부터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나의 소임은 거기까지다. 어떤 자리도 맡지 않고 물러나 있겠다"는 뜻을 누차 밝혔고,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이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수석급 요직을 맡을 것으로 관측됐고, 한때 청와대 총무비서관 기용 가능성, 주요 정부부처 차관 배치설까지도 제기됐던 양 전 비서관의 거취는 '2선 후퇴'로 결론이 났다.
양 전 비서관은 지난 10일 인수위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보좌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대위 당시의 호흡을 바탕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등과 함께 새 정부 초반 틀을 짜는데 보좌업무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지인들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며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고 밝히며 2선 후퇴 의사를 알렸다.
그는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며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 그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고, 좋은 사람을 찾아 헤맸지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며 "비선이 아니라 묵묵히 도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삼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다. 잊혀질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는 "정권교체는 측근들이 아니라 국민이 이뤄낸 것이라는 게 양 전 비서관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의 생각"이라며 "국민이 이뤄낸 정권교체를 성공한 정부로 만들기 위해 측근들이 물러나 있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양 전 비서관이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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