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중산층 '보통사람들', 해외 부동산 투자 붐

입력 2017-05-16 10:59  

홍콩의 중산층 '보통사람들', 해외 부동산 투자 붐

10명중 1명 해외 부동산 소유, 40%는 홍콩엔 땅 한평 없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홍콩 '보통사람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다. 요즘 홍콩 신문의 주말판 광고란은 해외 부동산 광고로 메워지다시피 한다. 광고에 등장하는 물건 수는 홍콩 현지의 물건 광고보다 많을 정도다.

해외 부동산 전문 업체인 캉훙(康宏)국제지산투자고문이 올해 2~3월 무작위 추출한 홍콩 주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10.4%가 이미 해외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해외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의 40% 정도가 홍콩에는 부동산을 갖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애 처음으로 구입한 부동산이 해외 부동산인 셈이다. 해외 부동산 소유자의 월수입은 "3만 홍콩달러(약 430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반드시 부유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말 그대로 중산층, 보통사람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물건의 소재지는 영국,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타이, 대만, 일본 등이다. 그동안 홍콩 주민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은 주로 이민이나 유학목적이었으나 요즘은 투자목적이 주류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금융정보 서비스인 NQN이 16일 전했다.




투자목적의 해외 부동산 구입이 늘기 시작한 건 2009년께부터다. 캉훙 투자고문 최고경영자(CEO)인 장융다(張永達) 사장은 "홍콩의 주택가격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현지 부동산을 살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홍콩인을 대상으로 지난달 도쿄(東京)에서 열린 투자 설명회에서 신축 맨션을 취급하는 중개업체는 "미국 숙박공유업체인 에어 비 앤 비 등의 민박중개업체를 통해 임대사업을 하면 5%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실제 물건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설명회장 근처 맨션 한 채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홍콩의 부동산 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현지 대형 중개업체인 중원(中原)지산이 발표하는 대표적 중고주택가격지수는 5월 첫주까지 12주 연속 과거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2008년 12월 대비 2.8배로 올랐다.

리먼 사태 이후 세계적인 금융완화로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올랐지만, 중국 본토 돈이 몰린 홍콩은 상승 폭이 특히 컸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없는 현실이 사회문제가 됐다.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을 공급하려다 보니 면적이 갈수록 좁아져 "초소형 아파트"가 여기저기 생겨났다.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쥔허(俊和)는 툰먼구에 홍콩에서 가장 작은 11.9㎡(3.6평) 크기의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베란다와 화장실, 부엌 등의 공간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거주자가 쓸 수 있는 공간은 4.6㎡, 평수로 따지면 1.4평에 불과하다. 이는 건물에 딸린 자동차 한 대의 주차공간 크기인 12.4㎡보다도 작은 것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장융다 캉훙 사장은 홍콩대학 근처에 있는 방 하나짜리 19㎡ 아파트가 최근 386만 홍콩달러(약 5억5천300만 원)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어느 곳의 주택을 보더라도 홍콩에 비하면 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NQN은 홍콩 보통사람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아직 홍콩인의 90%는 해외에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역내의 현재 예금총액(M2)은 8년 만에 2배로 늘어 돈이 남아도는 상태다. 캉훙사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앞으로의 투자 선호지는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홍콩과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영연방 이외의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들어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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