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성 기·예 경진대회' 참가 진솔한 글로 감동 줘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에 사는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이 백일장에서 한국생활의 행복감을 진솔한 글로 표현해 감동을 줬다.
16일 오후 제32회 경기 여성 기·예 경진대회가 열린 경기도 용인시 용인농촌테마파크.
경기도 여성단체협의회가 매년 개최하는 경진대회에는 시, 수필, 백일장, 회화 등 4개 부문에 도내 여성 69명이 참가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만을 위해 따로 마련한 백일장 부문에는 도내 8개 시·군에서 15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행복한 감정과 고마움을 한국사회와 자신의 가족에게 글로 전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중국인 김선화(33·성남거주)씨는 한국인 못지않은 어휘와 문장력으로 행복론을 펼쳤다.
한국에 유학하러 와 한국인 남편을 만나 2명의 자녀를 낳고 10년째 살고 있다는 김선화씨는 글에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돈이 많아서도, 높은 지위에 있어서도 아닙니다"라면서 "그 어떤 부귀영화와도 바꿀 수 없는 우리 가족과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행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이주 여성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감싸주는 대한민국의 정책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혹여 (우리에게)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주 여성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라며 이주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주에서 온 중국인 양열(27)씨도 한국생활에서의 행복을 주제로 글을 써 우수상을 받았다.
중국에서 초·중학생일 때 산문을 써 상을 받기도 했다는 양열씨는 "많이 가지려는 욕심으로 자신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좀 더 사랑하는 것이 행복한 길"이라며 자신만의 행복론을 펼쳤다.
7년째 한국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다는 도이 가요코(34·여주거주)씨는 "때로는 내가 외국인 또는 일본사람이라는 이유로 상처받은 일도 있다. 그럴 때는 내 마음속에서 피가 나고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지만, 그 상처에 약을 바르고 용서하고 씻어버리고 나면 편안함과 행복이 남는다"며 "내 행복밖에 몰랐던 나에게 행복한 삶을 준 가족에게 정말 감사하고 지금의 이 행복을 더 누리고 싶다"고 밝혔다.
가요코씨는 시상식 후 "7년간의 한국생활을 정리할 기회가 된 것 같다. 백일장을 통해 앞으로 더 열심히 살라는 다짐을 나와 대화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들 외에도 어려운 한국생활 초기에 도움을 준 한국어 다문화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표현한 중국인 결혼이주여성 류샹난(33·하남 거주)씨를 비롯해 이혜리(성남)·후미영(양주)씨 등 총 6명이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심사위원들과 대회에 참가한 국내 여성들에게도 큰 감동을 줬다.
백일장 심사평을 맡은 이경화 수원문인협회 사무차장은 "참가자들의 글에서 한국에서 남편에게 받는 사랑이 얼마나 고귀한지, 그들의 가슴에 훈훈한 사랑이 깃들어 있는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면서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한국사람보다 오히려 좋은 글을 쓴 노력과 사연이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평했다.
대회를 주최한 경기여성단체협의회 김민정 사무처장도 "10여 년 전에는 20살 초·중반의 나이 어린 다문화 여성이 남편이나 시어머니와 함께 백일장에 왔다면 지금은 외국인 여성 혼자 스스로 당당하게 참가하고 있는 것이 달라진 풍경"이라며 "지금은 결혼이주여성들의 학력이나 한국말 수준, 의식 수준이 매우 높아져 앞으로는 한국인과 외국인 구별 없이 경진대회를 해도 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일반인 여성에게 기량과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주고자 매년 열리는 경기 여성 기·예 경진대회는 이날 실외대회를 한 뒤 오는 18일 경기 여성의전당에서 서예·사군자·꽃꽂이 등 실내대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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