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은행 임직원들도 가담…12명 구속·4명 불구속 기소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중소기업 육성·진흥을 위해 마련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도를 악용해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중소기업 대표와 전 은행 임직원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종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김모(60)씨를 비롯한 중소기업 대표 11명과 전 은행 부지점장 이모(47)씨 등 12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세금계산서를 조작하거나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은행에 제출, 물품 또는 용역을 거래한 것처럼 꾸며 한 은행으로부터 323억원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은 물품이나 용역을 구매한 기업이 판매기업에 대금을 지급하는 대신 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하고 판매기업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제도로 중소기업 육성·진흥을 위해 마련됐다.
물품이나 용역 거래에 대한 근거로 금융기관 전산시스템에 매출 세금계산서의 일련번호 등을 입력해야 하는데 김씨는 세금계산서에 따른 실거래 유무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리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처럼 허위 일련번호를 입력하거나 위조한 세금계산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대출을 받아냈다.
함께 적발된 다른 중소기업 대표들도 같은 방법으로 부당 대출받아 이들 중소기업이 챙긴 대출금은 모두 660억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 전 은행 임직원 3명은 김씨 등의 부당 대출 일부를 알고도 대출을 해주거나 관련한 업무처리를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와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으로부터 이씨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취급 과정에서 저지른 비리에 대한 수사 의뢰를 받아 이씨 등의 이메일 3만여개를 분석하는 등 수사 끝에 이 같은 범행을 밝혔다.
또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금융권에 매출 세금계산서 승인번호 입력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 외상매출채권을 악용한 대규모 불법대출을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자금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종의 공적자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고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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