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외국에서 외교 지뢰밭 헤쳐나가야"…트럼프, 순방 앞두고 '열공 모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언행을 자주 선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돌발행동이나 이상한 언행이 순방의 성과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이탈리아, 벨기에를 차례로 찾는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외국 땅에서 외교 지뢰밭을 거쳐 나가야 한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 협상과 유럽 동맹 재확신,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 시 의전 따르기"를 트럼프 대통령에 앞에 놓인 과제로 제시했다.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실수나 외교 의례 위반, 고집스런 몸집 등의 요인 때문에 순방 성과가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미한 외국 정상들과의 '악수 결례'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그는 3월 방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를 거부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악수했을 땐 너무 세게 손을 잡아 아베 총리가 놀라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순방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어떤 면에서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그(트럼프 대통령)가 기대치 이상을 해낼 수 있다. 순방이 그저 정상적이기만 해도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강조한 '미국 우선주의' 정신에 따라 순방 상대국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종종 트럼프 대통령이 '폭탄 발언'의 창구로 활용하는 트위터를 순방 기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있다.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란히 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트위터를 할 첫 번째 여행이 될 것"이라며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라'는 금언을 그가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첫 순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최근 2주간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크게 줄이며 순방 공부를 할 시간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백악관에서 만나 외교 수업을 들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돌아가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종 현안과 정보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부처 장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원활한 순방을 돕고 있다.
WP는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이 대학원 세미나실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준비는 '실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디나 파월 부보좌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인권과 민주주의 옹호로 가끔 상대국을 곤란케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강의'나 '훈계'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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