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관절염' 악화하면 손발가락 관절 심각한 변형 초래
"피부 증상 이외 전신 증상도 의사에게 문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민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 건선(乾癬)은 피부 여기저기에 작은 좁쌀 모양의 발진이 생기면서 이 부위에 비듬 같은 각질이 여러 겹으로 돋아나는 질환이다. 10∼20년 또는 그 이상 지속할 정도로 고약하다.
이 질환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과도하게 활동하면서 피부각질세포를 자극하고, 자극받은 각질세포가 평소보다 많은 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인체 방어체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기 피부를 외부에서 온 병원균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 중 0.5∼1%(약 25만∼50만명)가 건선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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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만성적인 피부질환이기 때문에 건선만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건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건선 관절염'으로 더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건선 관절염은 주로 사지 말단의 관절에서 비대칭적인 통증과 결림 증상이 나타나거나 부어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관절염이 오래갈 경우 손가락이나 발가락 관절의 심각한 변형이 초래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척추관절을 침범해 통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때 환자가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건선 증세를 7∼12년 정도 보이다가 건선 관절염이 나타난 비율이 전체 건선 관절염 환자의 70% 정도였다. 반대로 건선 관절염 증세로 10∼15년 정도 고생하다 건선으로 발전한 경우도 10∼15%나 됐다. 15%에서는 피부 건선과 건선 관절염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 결과에서 보듯이 많은 수의 건선환자들이 장기간 피부 건선으로 치료받다가 추가적인 건선 관절염 증상을 경험한다. 따라서 피부과에서 건선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할 때, 의사가 먼저 관심을 두고 '관절이 붓고 관절통이 있는지'를 질문하는 게 건선 관절염의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건선 관절염은 장기간 방치했을 경우 뒤틀림과 통증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며 영구적인 기능장애로 남을 수 있다. 한 번 파괴되면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관절의 특징 탓이다.
또 건선 관절염 환자들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현저하게 증가한다. 이는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들이 혈액을 따라 전신의 혈관을 순환하면서 혈관 벽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자극을 받은 혈관 벽에는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때문에 건선 관절염을 겪는 환자는 일반인보다 약 1.36배 정도 사망률이 높다.
이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휘어진 손·발가락은 심리적 장애를 유발한다.
건선 관절염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세를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건선 증세에다 사지 말단의 비대칭적 염증성 관절염이나 척추염 증세를 보이면서 혈액검사에서 류머티즘 인자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건선 관절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외국에서는 건선 관절염이 사지 말단에 생기는 경우가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척추염 형태의 건선 관절염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른 조기 진단 방법으로는 '건선 관절염 스크리닝 및 평가 도구'(PASE)가 있다. 각 5점 척도로 구성된 15개 설문 문항의 합산 점수가 37점을 넘으면 건선 관절염 확진을 위해 보다 정밀한 영상검사 및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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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 │ 전혀 │그렇지│긍정도│그렇│아주│
│ │그렇지│ 않다 │ 부정 │ 다 │ 그 │
│ │ 않다 │ │도 아 ││렇다│
│ │ │ │ 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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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 중 대부분 피곤을 느낀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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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절이 아프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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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허리가 아프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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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절이 붓는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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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관절이 '뜨겁게' 느껴진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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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때때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전체가 부 │ 1 │ 2 │ 3 │ 4 │ 5 │
│어서 '소시지'처럼 보인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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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통증이 한 관절에서 다른 관절로 이동│ 1 │ 2 │ 3 │ 4 │ 5 │
│한다. │ │ │ │││
│(며칠 동안은 손목이 아프다가 그 다음엔│ │ │ │││
│ 무릎이 아프게 되는 사례 등)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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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점수(최대 35점) │ 1~7 합산 │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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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 │ 전혀 │그렇지│긍정도│그렇│아주│
│ │그렇지│ 않다 │ 부정 │ 다 │ 그 │
│ │ 않다 │ │도 아 ││렇다│
│ │ │ │ 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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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관절 문제가 나의 일하는 능력에 영향│ 1 │ 2 │ 3 │ 4 │ 5 │
│을 끼친다고 생각된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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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관절 문제가 옷을 입거나 양치를 하는│ 1 │ 2 │ 3 │ 4 │ 5 │
│ 것과 같이 나 자신을 돌보는 능력에 영 │ │ │ │││
│향을 끼친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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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손가락에 반지를 끼거나 시계를 차기│ 1 │ 2 │ 3 │ 4 │ 5 │
│가 어려운 적이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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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차에 타거나 차에서 내리기가 어려운│ 1 │ 2 │ 3 │ 4 │ 5 │
│ 적이 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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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예전만큼 활동적이지 못하다. │ 1 │ 2 │ 3 │ 4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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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침에 일어난 후 2시간 이상 뻐근하│ 1 │ 2 │ 3 │ 4 │ 5 │
│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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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하루 중 아침이 상태가 제일 안 좋은│ 1 │ 2 │ 3 │ 4 │ 5 │
│ 시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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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최상의 능력으 │ 1 │ 2 │ 3 │ 4 │ 5 │
│로 움직이려면 몇 분이 걸린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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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점수(최대 40점) │ 8~15번 합산 │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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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PASE 점수(최대 75점) │ A+B │ 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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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피부과학교실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점수가 37점을 넘은 17명 중 41%(7명)가 건선 관절염 환자로 최종 판명됐다.
건선환자 중 손발톱 함몰 등과 같이 손발톱에 건선이 침범한 경우, 두피에 건선이 발생한 경우,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처럼 피부가 겹쳐지는 부위에 건선이 발생한 경우, 환자가 비만인 경우, 증세가 몸 전체에 넓게 퍼져있는 경우에는 건선 관절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진 만큼 이런 환자는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모든 질환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건선 관절염은 이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한 번 망가진 관절은 원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데다 손·발가락의 변형이 진행되다 멈춘 상태라도 언젠가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건선 관절염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약물이나 방법은 보고되지 않았다.
건선 관절염 증상이 경미할 때는 물리치료와 함께 주사 또는 먹는 약으로 치료한다. 주로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을 주사하거나 항소염제 약물을 복용한다. 여기에도 반응이 좋지 않으면 T세포 활성을 억제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 억제제(TNF inhibitors)를 이용한 주사제가 치료효능 및 안정성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건선 관절염에 의한 관절 기능을 개선하고 건선 증상까지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종양괴사인자 억제제는 건선 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도 사용된다.
건선 관절염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원인은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의사에게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관절염 증상 여부를 질문해야 하듯이 환자 입장에서도 피부 증상 이외의 전신 증상을 의사에게 문의해야 한다. 그래야 건선 관절염을 포함한 건선의 전신 질환 병발 여부를 놓치지 않고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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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걸 교수는 1980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미국국립보건원(NIH)과 미국암연구소(NCI) 피부과에서 수지상세포, 피부면역학을 주제로 연수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수지상세포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회장, 대한피부과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대한건선학회 평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수지상세포로 건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왕성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건선 관절염 치료법을 찾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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