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올바른 여건 이뤄지면" vs 미 "오직 올바른 조건에서만"
美 백악관 보좌관 '오직(only)' 표현, 北 태도변화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 백악관의 한반도 담당자가 16일 청와대와 외교부를 방문해 정상회담, 사드, 북한 정책 등 각종 사안을 논의한 가운데 양측의 회동 결과 발표에서 대북 대화 관련 미묘한 온도차가 포착돼 관심이 쏠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정의용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과 매튜 포틴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회동을 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정상간 비전에 대해 공통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측은 구체적으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궁극적 목표이고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북한과는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대화가 가능하고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감하고 실용적인 한미간 공동방안을 모색한다는데 합의했다고 윤 수석은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에 이어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이정규 차관보를 면담한 직후 취재진을 만나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행위가 지역 정세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며, 오직(only) 올바른 조건하(under right condition)에서만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른 조건'에 대해서는 "무엇이 올바른 조건이 될지는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현재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비추어봤을 때 올바른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위협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양측 발표에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 측 발표는 여건을 만들어나가자는 데 방점이 찍힌 반면, 미국 측 발표는 올바른 조건이 조성될 때만 대화가 가능하며 현재는 때가 아니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포틴저 보좌관의 발표는 '오직'(only)이라는 표현을 활용함으로써 핵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만약 이번 발표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면, 향후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미국과의 정책적 차이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추진했지만 강경한 대북관을 가졌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방한 등 계기에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과 제재, 개입을 공언했을 때도 한국 차기 정부가 조기에 남북대화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포틴저 보좌관의 이번 발언이 세심하게 준비된 원고를 읽는 형식이 아닌 취재진의 물음에 응답한 것인 데다, 이제 한미 신정부 인사간 직접 회동이 시작된 만큼 일부 표현 차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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