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모든 시작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마법은 우리가 살아가도록 감싸주고 도와주지요…)"
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가 15일 저녁(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39)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헤르만 헤세의 시 '생의 계단(Stufen. 또는 단계)'의 한 구절을 옮겼다.
이 회견과 실무만찬에 앞서 열린 두 정상의 야외 의장대 사열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베를린 거주민이 총리청사 앞으로 모여든 것을 두고서다.
한 기자가 아마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문 때 말곤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39세 대통령 마크롱의 등장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 나가겠느냐고 물었고, 메르켈 총리는 자신과 이들 시민이 가진 기대감을 이처럼 시구로 표현했다.
메르켈 총리는 시구를 옮기고 나선 "총리실 밖에서 기다린 분들도 같은 느낌을 가졌을 것"이라며 "그건 너무 근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마법도 (이후 단계에서) 성과들을 내야만 지속한다는 것을 인지한 채 일을 시작한다"면서 "그럼에도, 여기 이렇게 와서 지지하고 기뻐하는 분들이 있어서 크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취임하면서 프랑스인들이 미래를 낙관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에 감동했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는 콘라트 아데나워와 샤를 드골, 헬무트 슈미트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헬무트 콜과 프랑수아 미테랑 집권 시절과 비교할 때 최근 몇년 간 보인 양국의 친선우호 관계는 약화했다는 인상을 받는다는 질문도 나왔다.
애초 이들 독·프 정상의 하모니가 유럽 프로젝트를 초기부터 견인한 핵심 동력이었고, 프랑스가 새 대통령 등장과 함께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개혁을 들고나온 지금은 그 하모니가 한층 절실해 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가 호흡을 맞출 당시 그들의 '찰떡궁합'을 빗대어 한때 '사르코지'라는 조어가 나돌던 것처럼 메르켈과 마크롱을 합성한 '메르크롱'이라는 조어가 최근 일부 언론에 나오면서 양인의 협력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날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온전한 첫 업무일을 맞이한 이 날 새로 취임한 정상이 상대국 정상을 찾아가는 양국의 외교관례에 따라 베를린을 찾았다. 그는 메르켈에겐 자크 시라크, 사르코지, 프랑수아 올랑드에 이은 네 번째 프랑스 대통령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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