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선발진 활약으로 여유 생긴 넥센, 길게 바라본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해는 KBO리그 최고의 '포크볼 장인' 좌완 앤디 밴 헤켄(38·넥센 히어로즈)의 이름을 투수 부문 기록 순위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2012년 넥센 입단 이후 꾸준한 활약으로 '에이스' 대접을 받았지만, 올해는 6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33⅓이닝 평균자책점 4.59에 그친다.
3월 31일 LG 트윈스와 홈 개막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점), 지난달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칠 때까지만 해도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후 등판에서 밴헤켄은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속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주 무기인 두 종류의 포크볼도 힘을 잃었다.
타자들은 그의 포크볼에 더는 쉽게 속지 않았고, 넥센은 지난달 26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이후 밴헤켄은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구위 회복에 전념했다. 넥센은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맞춰 그를 1군에 재등록했지만, 5이닝 4실점으로 이번에도 부진하자 13일 다시 1군에서 말소했다.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장정석 넥센 감독은 밴헤켄의 문제점으로 "작년보다 떨어진 구속"을 꼽으며 "몸이 아픈 것보다는 투구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밴헤켄은 급격한 구속 저하를 겪었다. 지난해 그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39.8㎞였지만, 올해는 136.7㎞로 3㎞ 이상 떨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원태~신재영~조상우~한현희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투수 4명이 순항하는 넥센의 팀 사정이다.
만약 선발투수 한 명이 급한 상황이면 밴헤켄의 거취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지금 넥센은 그를 기다려 줄 여유가 있다.
넥센이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한창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여름에 밴헤켄이 복귀해 마운드에 힘을 보태는 거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세이부 라이언스)에 진출했던 밴헤켄은 스피드 저하로 10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6.31에 그쳐 방출됐다.
넥센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KBO리그 복귀전인 7월 28일 두산전에서 6이닝 9탈삼진 무실점으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밴헤켄은 그로부터 5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등 12경기에서 7승 3패 평균자책점 3.38을 거두며 넥센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탰다.
장 감독은 "밴헤켄을 일단 기다릴 거다. 그가 구위를 되찾은 뒤 복귀하면 작년처럼 활약해줄 거라 믿는다"면서 "경기에 출전하든, 몸을 만드는 시간이 더 필요하든 기다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넥센이 밴헤켄을 더욱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을 지녔기 때문이다.
밴헤켄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8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2.18이다. 작년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그는 7⅔이닝 무실점으로 팀에 유일한 시리즈 승리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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