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업체 임직원·노조간부 짜고 10억원 챙겨…경찰 수사 확대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부산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 채용을 둘러싸고 한 사람당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천600만원의 뒷돈거래가 오간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운전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기사로 취업하려는 구직자가 늘자 버스업체 임직원과 노조간부들이 뒷돈을 받고 취업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부산지역 12개 시내버스 업체의 임직원과 노조간부 14명, 브로커 42명 등 56명을 붙잡아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취업청탁을 한 5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 모 시내버스 업체 상무 김모(57)씨와 다른 버스업체 노조지부장 정모(58)씨, 전·현직 버스 운전기사인 브로커 이모(48)씨 등 56명은 2012년 1월 3일부터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신모(49)씨 등 54명으로부터 시내버스 운전기사 채용 청탁과 함께 1인당 800만∼1천600만원, 모두 1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취업 청탁자 54명 가운데 46명이 정식 운전기사로 채용됐다.
불법 취업자 가운데 2명은 버스 등 대형차량 운전경력이 없자 이삿짐센터 등 다른 운송업체에서 일한 것처럼 경력증명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채용을 청탁한 신씨는 뒷돈 1천300만원을 주고 8개월가량 기다렸지만, 1천500만원을 낸 다른 사람이 운전기사로 먼저 채용되자 노조간부 등을 위협해 2천600만원을 뜯기도 했다.
한 노조간부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뒷돈을 내고 취업한 버스 기사에게 "범행을 자백하면 사측에 통보해 해고하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될 때 노조간부나 회사 임직원에게 곧바로 청탁하면 800만원, 중간에 브로커 1명이 끼면 1천300만원, 브로커가 2명 이상이면 1천600만원이라는 것이 일종의 공식으로 통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시내 33개 버스회사 가운데 12곳에서만 밝혀진 취업장사 규모가 이 정도다.
경찰은 부산의 다른 시내버스 업체에서도 이 같은 범행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같은 혐의로 버스업체 4곳의 임직원과 노조간부, 브로커, 취업 청탁자 등 54명을 붙잡아 4명을 구속하고 5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금까지 무려 160명이 버스 기사 채용비리 사건으로 처벌된 셈이다.
노사협력을 위해 사측이 부여한 채용 후보자 추천권 등을 노조간부들이 악용하고, 일부 회사 임직원이 돈을 받고 눈감아줬기 때문에 취업장사가 가능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올해부터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인재채용위원회 심사를 거쳐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공개 채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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