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살아있는 뇌 구석구석 보는 광학 현미경 개발

입력 2017-05-17 09:09  

UNIST, 살아있는 뇌 구석구석 보는 광학 현미경 개발

'빛의 파면' 조절해 생체 조직 고해상도로 이미징 실현

박정훈 교수-미국 퍼듀대 공동 연구팀, 네이처 메소드 발표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살아있는 생물의 몸속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박정훈 교수는 미국 퍼듀대(Purdue University) 멩 쿠이(Meng Cui) 교수팀과 공동으로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Multi-Pupil Adaptive Optics·MPAO)'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로 생화학 연구방법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발표됐다.

이 현미경은 살아있는 쥐의 뇌 속 신경세포와 혈관 등 넒은 영역(450㎛×450㎛)의 생체조직 내부 깊숙한 곳을 고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광학 현미경은 빛으로 세포 같은 미세한 물체를 비춰 상(image)을 확대·관찰하는 현미경이다. 이때 관찰대상이 되는 세포나 조직을 얇게 잘라야 한다.

시료(sample)가 너무 두꺼우면 광초점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볼 수 없다. 이는 빛이 만나는 물질에 따라 굴절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생체조직을 이루는 세포는 단백질 등 다양한 물질로 이뤄진다. 빛의 경로는 이들 물질의 경계면마다 달라진다. 이 때문에 관찰 지점에 광초점을 형성하기 위해 입사된 빛은 무작위적으로 퍼져 버린다. 이를 복수산란이라고 한다.

결국, 그동안 생체 깊숙한 부분에 초점을 만들지 못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볼 수 없었다.

박 교수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 생체조직에서 왜곡되는 '빛의 파면(wavefront)'을 조절해 복수산란을 상쇄시킨 광학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

박 교수는 "생체조직을 통과하면서 여러 번 산란한 빛은 기존에 목표한 경로를 벗어나기 쉽다"며 "빛이 입사되는 파면 모양을 특수하게 설계하면 복수산란으로 일그러진 빛의 경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개구(Multi-Pupil) 현미경 시스템은 또 하나의 렌즈를 마치 여러 개의 독립적인 렌즈처럼 사용하는 신기술이다.

연구진은 렌즈에 총 9개의 독립적인 개구를 만들어 서로 다른 깊이의 넒은 영역 생체조직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쥐의 뇌에서 고해상도 뉴런 분석, 미세아교세포의 면역 활동, 뇌혈관의 깊이별 동역학(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까지 관찰한 것이다.


박 교수는 "뇌 활동을 이해하려면 넓은 영역에 분포된 뇌세포 사이에서 역동적인 연결 관계를 직접 봐야 한다"며 "이번 기술로 뇌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체조직 깊숙이 고해상도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창(window)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개념 다개구 보정광학 현미경을 이용하면 생명현상을 자연 상태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며 "현재 실험실에 국한돼 있는 광학 현미경 기술을 임상으로 확대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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