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슈즈트리' 흉물이냐 예술이냐…랜드마크 조형물 논란

입력 2017-05-17 10:08  

서울로 '슈즈트리' 흉물이냐 예술이냐…랜드마크 조형물 논란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서울역 고가에 보행길로 조성되는 '서울로7017' 개장에 맞춰 설치 중인 초대형 미술작품 '슈즈트리'가 흉물이냐 예술이냐 논란에 휩싸였다.

슈즈트리는 헌신발 3만켤레로 만든 설치미술 작품으로,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서울시 의뢰를 받아 재능기부했다.

서울로7017에서 서울역광장까지 100m에 걸쳐 조성되며, 서울로7017이 개장하는 20일부터 9일간 전시된다.

서울시는 높이 17m 서울로에서 수직으로 매어 늘어뜨린 신발을 멀리서 보면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려지는 신발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철거 위기에 놓인 서울역고가를 도심 속 정원이자 보행길로 재생한 '서울로 7017' 사업과 일맥상통한다고도 설명했다. 인근 서울역 염천교 수제화 거리 역사와도 의미가 닿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와 달리 일부에서 흉물스럽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직장인 A씨는 "출퇴근길 한강대로를 지나며 보고선 큰 걸레나 넝마가 널려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안그래도 빌딩숲에 회색빛인 서울 도심을 더욱 보기 흉하게 만든다"며 "보지 않을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예술적 의미는 둘째치고 일반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는 쓰레기를 가득 쌓아뒀으니 비라도 오면 냄새가 심할 것 같다거나 행여 화재가 나면 매우 위험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이런 초대형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할 때는 시민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금은 설치 중이어서 시민들이 보는 대로 쓰레기가 있는 상태이고 여기에 꽃과 나무, 조명 등이 배치되고 완성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해 작가는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해우소'와 '디엠지' 작품으로 자연주의 플랜팅이라는 새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2년 연속 금메달과 최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로7017 자체도 바닥과 화분 등이 모두 회색빛 콘크리트처럼 돼 있어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설계자인 네덜란드 출신 비니 마스가 원칙으로 고수해서 서울시도 이를 존중했으나, 도심에 이미 가득한 회색 보다는 녹지 초록을 지향하는 상황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들이다.

랜드마크가 되는 공공조형물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계광장에 클래스 올덴버그 작품 '스프링'(SPRING)을 설치할 때는 문화계에서 항의·반대 운동까지 일었다.

작가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이며, 과도하게 가격이 비싼데다가 올덴버그 작풍이 과도한 상업주의를 띄고 있다는 지적이 중심이었지만 '소라 모양'도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시는 스프링이 샘솟는 청계천과 서울 발전을 상징하며, DNA 이중나선 구조를 연상시키는 모습은 인간과 자연 조화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작가가 '인도양 조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는 작품과 청계천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작품은 설치 10년이 지나 색이 많이 벗겨져서 현재 서울시가 재도색 중이다.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앞 광장에 있는 초대형 고철 조형물 '아마벨'은 철거 위기에 놓이기까지 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미술분야 인터넷 매체인 아트넷 뉴스에서 가장 미움받는 공공조형물 10선에 들었다.

미국 유명 작가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으로, 비행기 잔해인 고철 수백점을 짜맞춰 멀리서 보면 꽃같은 형태지만 가까이에서는 구겨진 고철덩이로 보인다.

이 때문에 1997년 설치 때도 논란이 일었고, 회사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이사회에서 이전 결정까지 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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