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상 빼곤 한·일 대표단만 따로 면담 '후대', 북한 문제 고려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이 중국에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 참석한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셔틀외교를 제안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앞으로 고위급 대화를 거듭하면서 상호방문을 지향하자"고 제의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양국 수뇌가 상호방문하는 것을 염두에 둔 셔틀외교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한번 오고 가는 것으로 끝낼게 아니라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여러차례 방문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친서는 또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입장에서 모든 분야에서의 안정적인 우호관계 구축을 추진하자고 강조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문제와 테러대책 분야 등에서의 협력도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니카이 간사장의 중국 방문이 대중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가 일중국교정상화 45주년, 내년은 일중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인 만큼 "문제가 있지만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게 총리 관저 간부의 설명이다.
양국 관계 소식통은 중국도 니카이 간사장 일행을 "상당히 후대"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포럼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니카이 간사장의 면담요청을 받아 들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시 주석이 포럼 참가국 정상 이외에 대표단과 따로 만난 것은 한국 대표단과 일본 대표단 뿐이라고 지적, 한·일 양국에 대한 중국의 후대가 두드러졌다면서 이는 북한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사히는 중국이 일본을 후대한 배경에는 중국내의 정치적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을로 다가온 5년에 한번 열리는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2기체제를 굳히려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경제와 외교관계 안정을 최우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경제력과 기술력은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양국의 속셈에도 불구,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 주석이 일본 측에 주의를 환기하는 것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니카이 간사장에게 "일부 두드러진 문제들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대립과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비판하고 있는 일본에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대표단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밀어 붙이고 있는 개헌 움직임 등에 대해 불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니카이 간사장의 정상급 방일 초청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은 작년 11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했지만 중국 수뇌부의 일본 방문은 2010년 11월 후진타오(胡錦濤) 전 당시 주석, 2011년 5월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 이후 끊어진 상태다.
일본 정부는 우선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양국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후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인 내년중 시 주석의 방일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을 짜 놓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문제가 많지만 아시아의 대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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