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바퀴벌레' 비유해 맹비난…정우택 사퇴론 동조
洪측 '추대론' 확산 모색…洪, 이달중 조기귀국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연일 페이스북에 당내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입장을 밝히며 '페이스북 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 전 지사는 대선 패배 후인 지난 12일 미국으로 떠났지만, 하루가 멀다고 SNS를 통해 당의 진로와 잠재적 당권 경쟁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직설적인 언어로 전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런 행보가 7월 초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 전 지사는 대선 기간 SNS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글을 올리는 등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당시에는 다른 당 후보들을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한 선거용 목적이었다면, 대선 후에는 당 내부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4일 "귀국하면 신보수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며 밝혀 당권 도전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6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한국당은 쇄신돼야 산다. 이념적 지향점도 바꾸고, 지도부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친박(친박근혜)계를 '구(舊) 보수주의' 세력으로 겨냥한 뒤 "그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 국민은 한국당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전선을 친박으로까지 확대했다.
홍 전 지사는 17일 올린 글에서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고 친박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또 "유독 한국당만 어렵게 당을 복원한 사무총장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아무런 정치적 의미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위 지도부 회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친박을 중심으로 제기된 정우택 원내대표의 사퇴론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홍 전 지사의 '페이스북 정치'는 사실상 차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가 조준한 친박계는 현재 당권 도전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려는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정 원내대표 역시 전대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어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된다.
당내에서는 홍 전 지사 측근 인사를 중심으로 '홍준표 추대론' 확산에 나서고 일부 중진과 초선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13명의 의원도 홍 전 지사의 우군으로 여겨진다.
홍 전 지사는 당초 "한두 달 푹 쉬고 싶다"며 미국행에 올랐지만, 당내 상황에 따라 이달 중 조기 귀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지사는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며 편도 표만 끊은 채 미국행 비행기를 탔지만, 귀국 시점에 빨라질 수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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