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실 면적확대 권고·고령 경비원 월급지원·심부름 금지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열악한 여건 속에서 하루 15시간가량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사회 각계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시·군에서는 지원 조례를 만들어 노령의 경비원을 고용하면 지원금을 보조하거나 '쪽방' 경비실을 넓히도록 아파트 건설 승인 시 권고하고 있고, 경비원에 대한 갑질의 주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에 대한 처우개선에 앞장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용인시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원을 위한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경비원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부족한 5평(16.5㎡) 남짓의 경비실을 7평(21.1㎡) 정도로 넓히도록 사업계획 승인 때 건설업체에 권고하기로 했다.
아파트 경비실은 화장실과 책상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주민에게 온 택배까지 보관하면 몸 돌릴 틈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에는 경비실 창호를 새로 설치하거나 도배를 하는 등 자율적으로 경비원 휴게공간을 개선하면 모범단지로 선정해 보조금 지원대상 선정 때 가점을 주기로 했다.
근무환경뿐 아니라 경비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고용 지위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용인시는 경비용역업체에 소속돼 3∼6개월 단위로 고용관계가 바뀌는 '파리목숨' 같은 경비원의 고용 기간을 아파트 경비용역업체의 계약 기간과 동일하게 하도록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관내 모든 아파트 단지에 배포할 예정이다.
수원시도 올해부터 아파트 경비원 쉼터를 설치하거나 보수하면 단지별로 최대 5천만 원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시는 25억원 예산규모의 '2017년도 공동주택관리 보조금 지원사업' 안에 경비원 쉼터 지원사업을 추가해 지난 1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관내 2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공모했다. 현재 4개 아파트 단지가 신청했다.
시는 사업신청을 한 4개 아파트 단지에 기존의 쉼터를 보수하는 비용으로 총 4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 아산시는 고령 아파트 경비원을 고용하는 아파트에 경비원 월급을 지원하고 있다.
아산시는 2015년 12월 전국 최초로 나이 많은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개선과 고용보장을 위해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 유지 및 창출 촉진을 위한 특별지원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는 곳이다.
이 조례에 따라 아파트가 55세 이상 경비원의 고용 유지에 힘쓸 경우 경비원 1인당 최저 월급(116만 원)의 10%인 12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면서 새로 채용하면 시가 월급의 30%인 36만 원을 부담한다.
지난해 관내 7개 아파트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 아산시는 다음 달 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지원할 아파트를 선정할 예정이다.
부산 기장군도 아산시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55세 이상 아파트 경비원에게 평균 연봉의 최대 30%까지 고용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올 1월 만들었다. 이 조례안은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기장군은 다음 달 의회정례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대상 아파트를 선정해 올 하반기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기장군이 경비원 조례를 만든 것은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감이 큰 경비원을 위해 해법을 찾고자 기장읍 한신그린코아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먼저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서울시도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를 올해 1천 가구 이상 단지로 확대 적용하면서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 유지나 근로조건과 관련된 평가항목을 새롭게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품질 등급제는 단지별 관리 실태를 평가해 3등급으로 나누고 우수 단지에는 인증패와 인증서를 주는 제도로, 아파트 관리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95개 단지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했다.
서울시는 올해 118개 단지를 평가한 뒤 연말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중앙정부도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등이 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에게 업무 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경비원을 시켜 경비실에 맡겨진 택배를 주민의 집 현관까지 배달하게 하거나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시키는 입주민이나 아파트 관리소의 '갑질'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아파트 경비원, 학교 당직 근로자 등 감시단속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개선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부분 고령자인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여건이 악화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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