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 놓고 '집안싸움'…홍준표-친박 '정면충돌'(종합)

입력 2017-05-17 16:56   수정 2017-05-17 16:58

한국당, 당권 놓고 '집안싸움'…홍준표-친박 '정면충돌'(종합)

洪, 친박에 '바퀴벌레' 맹비난…'친박' 홍문종 "낮술 드셨나"

정우택에는 '물러나라' 협공…鄭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진 것 아냐" 일축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이슬기 기자 = 자유한국당이 대선 일주일 만에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을 벌이며 내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겉으로는 너도나도 대선 패배에 따른 반성과 쇄신을 외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차기 당권을 향한 이전투구식 쟁탈전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1차 전선은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와 당의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서 형성됐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 전 지사는 17일 페이스북 글을 올려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고, 박근혜 감옥 간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라며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홍 전 지사는 "다음 선거 때 국민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구(舊)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 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며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 대표를 하나 앉혀 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의 권한이 강한 현행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을 같이 선출해 권력이 분산되는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그러자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홍 전 지사와 충돌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정치지도자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후보가 외국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계속 대선 이후 당내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집단지도체제 회귀 시도가 '친박 계파정치'라는 홍 전 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주류인) 나경원 의원과 신상진 의원도 좋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문종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바퀴벌레'라고 썼다고 하는데 이게 제정신이냐. 낮술을 드셨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홍 전 지사를 비판했다.

지도체제 논란은 당권 경쟁을 넘어 이후 당 운영의 주도권과 직결돼 있어 홍 전 지사와 친박계가 당분간 첨예하게 맞부딪힐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집단지도체제로 돌아가면 당대표 낙선자들도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합류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현행 체제에서는 당대표가 '준(準) 제왕적'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마땅한 대표 주자가 없는 친박계는 집단지도체제를, '대선후보 프리미엄'을 가진 홍 전 지사는 현행 체제를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비주류와 상당수 초선 의원들, 바른정당 복당파 등이 친박을 배격하면서 그 대안으로 홍 전 지사를 밀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한 배경이다.

이날 한국당 의원 모임인 '포용과 도전 모임'(약칭 포도모임) 회의에서는 '친박 부활'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박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물러나게 해야 한다, 친박 패권주의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홍 전 지사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으나 개인적으로는 친박과 싸워서 당을 정상궤도로 올릴 사람은 홍 전 지사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홍 전 지사와 친박계는 다른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공동전선을 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을 위한 새 출발이라는 명분으로 정 권한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며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대선 같은 큰 행사를 치렀으면 당을 새롭게 하기 위해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사퇴 이야기가 당연히 나와야 한다"고 했고, 친박계 인사들도 전날 의원총회에 이어 이날 중진회의에서도 '사퇴론'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나 정 권한대행은 "차기를 생각하는 분들이나 그 주변에 있는 분들이 (원내대표 사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 사퇴론을 일축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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