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기관경고…신사업 1∼3년간 진출 불가
CEO들은 모두 자리 보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 자살보험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가 확정됐다.
2014년 ING생명 제재로 시작된 이후 3년 넘게 끌어오던 자살보험금 사태가 일단락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교보·한화생명[088350]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들 보험사는 고객이 책임개시일 2년 이후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관에 써놓고는 보험금을 주지 않았고, 금융당국이 제재를 예고하자 뒤늦게 지급했다.
교보생명은 1개월 영업 일부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삼성·한화생명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장 전결로 기관경고가 확정됐다.
영업 일부 정지를 받은 교보생명은 재해사망을 담보하는 보장성보험을 한 달간 판매하지 못하며, 3년간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을 벌일 수 없게 됐다.
주계약에서 재해사망을 담보로 하는 상해보험과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특약 등 일부 보험 상품을 한 달간 팔 수 없다.
생보사가 영업 일부 정지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삼성·한화생명은 1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과징금은 삼성생명[032830]에 8억9천만원, 교보생명에 4억2천800만원, 한화생명에 3억9천500만원이 부과됐다.
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김창수(삼성생명)·차남규(한화생명)·신창재(교보생명) 대표이사는 모두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다.
CEO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이나 다른 금융회사로의 재취업이 불가능하지만 '주의적 경고' 이하의 제재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보험업계의 무분별한 베끼기 관행에서 시작됐다.
2001년 한 보험사가 실수로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약관을 만들어 특약 상품을 판 이후 다른 생보사들이 이를 베껴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 재해사망은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
보험사들은 약관이 잘못된 보험상품을 2001년부터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전까지 9년이나 팔았다. 고객이 문제를 제기하면 '약관에 오류가 있었다'면서 재해사망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했다.
분쟁이 지속되자 금감원은 2014년 ING생명을 시작으로 대대적 현장검사를 벌인 뒤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보험 계약자들의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2년은 하나둘씩 지나갔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같은 해 11월엔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를 근거로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자, 금감원은 "약관을 통한 소비자와의 약속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며 중징계를 예고했다.
당장 CEO 안위가 불안해진 데다 신뢰가 생명인 보험사의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자 버티던 삼성·교보·한화생명은 떠밀리듯 모두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자살보험금 지급 이후 제재 수위가 낮아져 세 회사의 CEO는 모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한화생명은 영업 일부 정지 제재가 '기관 주의'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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