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은행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집까지 따라가 설득하는 열정을 보인 끝에 범죄를 막았다.
지난 15일 오후 1시 20분께 권모(66)씨는 점촌농협 남부지점을 찾아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현금 4천만원을 인출해 가방에 넣었다.
남부지점 김모(41) 과장은 권씨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거액을 인출하는 것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그러나 사기라고 여러 차례 설득했는데도 권씨는 김과장 말을 듣지 않았다.
김과장은 800여m 떨어진 권씨 집까지 따라가 10여분 동안 보이스피싱이라고 설명했다.
김과장은 "권씨를 뒤따라 집에 가는 동안에도 사기범이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며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뒤늦게 김과장 말을 이해하고 돈을 갖고 다시 농협으로 가 입금했다.
권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는 "요즘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느냐"고 했지만, 종료 후에는 김과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범은 권씨에게 전화로 "사이버수사대인데 피해자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이 발급됐다. 현금 4천만원을 인출해 택시를 타고 경북 영주시로 오라"고 했다.
농협 김과장이 권씨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권씨는 돈가방을 갖고 택시를 탄 후 영주로 갈려던 참이었다.
경찰은 3개월전 같은 방법으로 3천만원을 사기당한 사건이 있어 동일범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7일 김과장 등 농협 직원 2명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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