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2.4㎞ 이상 달리면 안된다고?…여성의 몸 바로알기

입력 2017-05-17 16:26  

여자는 2.4㎞ 이상 달리면 안된다고?…여성의 몸 바로알기

신간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 '여성의 진화'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지난달 미국 보스턴 마라톤의 주인공은 단연 캐서린 스위처(70)였다. 그는 1967년 여성으로는 최초로 보스턴 대회에 출전했다가 실격 처리됐었다. 50년 뒤 다시 참가해 완주한 그에게 보스턴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배번 261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겨 여성의 운동에 대한 편견을 깬 노고에 경의를 표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카트리나 멘지스 파이크가 신간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북라이프)에서 전하는 일화를 보면 이런 편견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당시 미국에선 여성이 2.4㎞ 넘는 거리를 뛰는 게 금지됐다. 임신·출산 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스위스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었던 메제리는 여자 운동선수들을 옹호하는 입장이었지만 육상종목에 한계를 정하는 데 찬성했다. 그는 1952년에 쓴 논문에서 운동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당시 사회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은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고 최적의 조건에서 아기를 양육해야 하는 고귀한 임무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런 제한들이 모두 선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감독관이 캐서린 스위처를 몸으로 제지하는 사진에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붙인 제목은 '기사도의 승리'였다. 이렇게 여성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라도 임신·출산 능력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은 여성을 '아기 만드는 기계' 취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임신·출산 능력에 대한 우려도 충분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 급격히 몸무게가 감소하거나 장기간 집중 훈련하는 전문선수라면 호르몬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도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수천 명의 여성들을 한 명 한 명 지목해줄 용의가 있다"며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임신·출산 능력을 문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충격요법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마라톤 풀코스를 다섯 번 완주한 저자는 달리기에 대한 편견을 깬 역사 속 여성들과 자신이 마라톤에 뛰어들게 된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풀이 죽어 있는 사람이 조언을 구한다면 달리기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다시 활력을 되찾게 했다고 말할 것"이라며 달리기 예찬론을 편다. 정미화 옮김. 344쪽. 1만5천원.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이 페미니즘 관점에서 운동과 여성의 관계를 다룬다면, 함께 나온 책 '여성의 진화'(에이도스)는 진화론의 틀로 여성의 신체를 살핀다. 저자인 생물인류학자 웬다 트레바탄은 여성이면서도 "여성의 몸이 번식 성공률을 최대화하려는 자연 선택의 결과를 통해 빚어졌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저자는 마라톤을 하는 여성의 임신·출산도 번식 성공률의 문제로 설명한다. 마라톤 선수들이 실제로 겪는 생리 중단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을 위해 생식 시스템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시스템이 다시 가동되도록' 호르몬을 투여해서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여성의 몸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책은 초경을 경험하는 사춘기부터 임신·출산을 거쳐 폐경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순서대로 따라가며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성과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오늘날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은 최근 수백 년간 '문명화'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수명이 지금보다 짧고 초경은 늦었으며 대부분의 가임기간 임신 또는 수유 상태였던 과거 여성은 평생 100∼150번 생리를 했다. 그러나 오늘날 선진국 여성은 평생 350∼400번이다. 여성의 몸은 이렇게 많은 횟수의 주기적 호르몬 변화에 적응하도록 아직 진화하지 못했다. 호르몬이 등락하고 임신 준비를 위해 세포를 자주 교체하다 보면 발암성 세포 변이의 가능성이 커진다. 북아메리카의 유방암 발병률이 중국의 5배에 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진화생물학은 폐경기에 이르러 난관을 만난다. 여성의 몸이 번식에 초점을 맞춰 진화해왔다면 폐경은 왜 일어날까. 저자는 폐경기를 맞은 여성은 직접 아이를 낳는 대신 손주를 돌보거나 자식들을 도우며 번식 성공률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할머니 가설'이다. 옮긴이 박한선은 "아버지의 자원 제공 행위를 경시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부성 결핍과 조모 결핍 중 어떤 것이 양육에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446쪽. 2만2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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