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키군의 이라크 북부 PKK 공격은 용인' 타협설 제기
트럼프, 인권·언론자유 논란 침묵…"에르도안, 회담 자체로 과반 성공"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쿠르드 민병대 문제를 놓고 미국 설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술탄 대통령제 개헌' 후 한달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선 모습으로 논란이 된 개헌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쿠르드계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협력을 끊도록 설득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도 직접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터키는 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본다.
YPG 문제는 정상회담 후에도 이견이 재확인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워싱턴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YPG·PYD(시리아 쿠르드계 정치조직 '민주동맹당'를 협력상대로 간주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미국을 겨냥해 "어떤 나라라도 YPG·PYD와 협력한다면 테러에 관해 국제사회의 합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YPG 협상 실패를 의식한 듯, 향후 대응방안에 관한 언론의 질문을 아예 받지 않았다.
전문가와 외신은 미국이 시리아에서 YPG와 계속 협력하는 대신 이라크 북부 신자르에서 PKK를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을 용인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와 PKK 등 테러조직과 싸우는 터키를 지지한다"고 말한 부분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 역시 미국이 쿠르드 민병대와 협력 중단에 관한 확약이 없다면 "국경 안이든 밖이든 테러를 소탕하는 데 필요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는 미군을 공격할 우려가 있는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보다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 PKK에 군사작전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귈렌 송환에 관해서는 미 행정부로부터 최대한 조력한다는 구두 협력 약속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송환 결정 주체는 미국 법원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방미 성과는 유럽에서 큰 논란이 된 개헌 국민투표 후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선 채 변함없는 지지 약속을 받은 점이다.
쿠데타 진압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대량 숙청, 언론인 투옥, 사법부 독립성 훼손 같은 논란에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앞서 논란 속에 터키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개적으로 언론자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재미 쿠르드계와 아르메니아계가 에르도안 방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에르도안의 경호팀은 시위대는 쿠르드계 시위대에 물리력을 행사해 9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고, 재미 아르메니아위원회는 양측의 충돌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터키 전문가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외신에, "서방 지도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초대하기 꺼리고, 터키인도 절반은 이번 개헌 국민투표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다고 믿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의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희망사항의 반 이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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