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사 방문 감안" vs "책임 떠넘기기" 반발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시의회의 '부산소녀상 조례' 상정보류 결정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겉으로는 문재인 새 정부의 대일 외교에 부담을 덜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조례 제정 불발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17일 오후 복지환경위원회를 열어 민주당 정명희 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지원 조례안'(부산소녀상 조례)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 시간이 임박해 복지환경위는 이 조례안을 전격 상정 보류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진수 복지환경위 위원장은 "오늘은 문재인 새 정부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일본을 방문하는 날"이라며 "예민한 조례안을 당장 심의하기보다는 일단 상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으로 여러 논란이 있는 조례를 특사가 방문하는 날 심의를 하는 것보다는 특사단 방문 이후 그 결과와 좀 더 진일보한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 완성도 있는 조례로 만들고자 이번 회기에는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보류 결정과 이 같은 내용 설명에 대해 조례를 발의한 정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정 의원은 "이 위원장이 마치 새 정부를 돕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는 조례제정 불발의 책임을 새 정부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조례 제정과 관련해 민주당의 당에서나 새 정부 관련 부서에서 보류 등을 논의한 적이 없다"며 "애초부터 조례 제정에 반대해온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상정보류의 책임을 새 정부와 민주당에 돌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회 밖에서도 이날 복지환경위의 조례 상정보류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언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입장을 들어준 적이 있느냐"며 "소녀상 조례 불발에 대한 시민반감을 전가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부산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겨레하나 관계자도 "조례 제정을 앞두고 시의회에 여러 차례 간담회 등을 제안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며 "완성도 있는 조례를 만들기 위해 상정을 보류하겠다고 한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발의된 이 조례안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이 확정되면 부산소녀상을 비롯해 현재 부산지역 3곳의 소녀상에 대한 관리를 자치단체가 맡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또 현재 소녀상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쓰레기 투기, 불법 현수막 설치 등 행위를 통제할 수 있고, 소녀상을 설치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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