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답변도 똑같아" vs "특정 진술 지시받지 않았다" 대립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을 동원해 답변을 맞추는 등 조직적으로 '국정 농단'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대립했다.
특검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의 공판에서 "삼성 관계자들의 조사 내용을 보면 상식에 반할 정도로 답변 내용이일치하고 허위 답변마저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 관계자들이 법무팀 직원들로부터 어떤 답변을 할지 조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냈던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상무는 수사 과정에서 "삼성전자 법무팀 소속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장충기 당시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서 지시받은 내용을 진술하지 말라고 부탁해서 빼놓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신문 과정에서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서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그러나 이 상무는 조서가 자신의 진술과 다른 취지로 작성됐다고 맞섰다. 그는 "조사 당시 독감에 걸린 상태였고, 진술조서에 적힌 내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서 고치려고 생각해 봤으나 심신이 피곤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검에서 조사를 받기 전에 법무팀 직원과 상의하거나 특정 내용을 진술하라고 지시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또 이 상무가 2015년 1월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승마협회 부회장 자리를 수락했을 뿐 삼성그룹과 관계가 없고, 차기 회장직을 삼성이 맡을지 정보가 없다'고 허위 답변했으며 장 전 사장이 이를 지시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와 달리 이 상무는 삼성그룹의 지시에 따라서 승마협회 부회장 자리를 승낙했고, 2015년 1월은 이미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으로 내정된 시점이었다는 게 특검 주장이다. 박 전 사장은 같은 해 6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특검은 장 전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모에 해당 기사와 함께 '부회장은 이 상무가 개인적으로 맡았고 그룹이 차기 회장을 맡을지 알 수 없다는 입장 추가'라는 내용이 발견됐다며 "(허위 답변하라고) 고위층 지시를 받은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상무는 인터뷰에 허위로 답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터뷰 대응 관련해 고위층 지시를 받지 않았고, 당시 삼성전자 홍보팀이 저런 취지로 답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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