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군중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518명 오카리나 합주 '눈길'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가자 도청으로, 가자 오월로, 가자 민주주의로!"
37년 전 함성과 총성이 뒤섞였던 광주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공동체의 광장으로 바뀌었다.
시곗바늘이 오후 7시 5분을 가리키자 5·18 37주년 전야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민주대행진 행렬이 금남로에 들어섰다.
북구 유동사거리에서 출발한 행렬은 선두가 동구 금남로 1가 전일빌딩에 다다랐을 때 꼬리는 금남로5가역에 이를 정도로 도로 1㎞가량을 가득 메웠다.
행진 대오는 지난 겨울 광장을 밝혔던 촛불 모양 조형물을 앞세우고 금남로 구석구석 메아리가 퍼지도록 '님을 위한 행진곡'과 '광주출정가'를 불렀다.
고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시민단체,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과 진실규명을 염원하는 세월호 유가족, 비정규직 권리 찾기를 외치는 노동자, 각계 인사와 정치인들도 광주전남 시·도민과 발맞춰 행진했다.
아이를 어깨에 태운 아빠, 눈시울이 붉어진 노인, 5·18 전야 분위기에 고무된 청년 등 금남로 가장자리를 빼곡하게 메운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와 환호로 행렬을 마중했다.
4천여명의 행렬은 '오월 시민'에게는 영원한 '전남도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 들어서자 어느덧 약 1만여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전야제에 모인 시민은 현대사의 변곡점마다 횃불이 타올랐던 옛 도청 앞 광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한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37주년 5·18기념식에서 9년 만에 제창으로 부활할 '님을 위한 행진곡'은 시민 518명이 합주한 오카리나 멜로디로, 국악단 공연으로 광장에서 거듭 울려 퍼졌다.
'촛불로 잇는 오월, 다시 타오르는 민주주의'라는 기치 아래 전야제에 참가한 시민은 촛불을 손에 들고 가방에 싸온 음식을 나누며 축제로 승화한 5·18을 기렸다.
5·18 부상자 하재홍(56)씨는 "37주년이라는 숫자 자체는 특별할 것 없는데 정권이 바뀌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되니 모두 기쁜 마음으로 5·18을 새롭게 맞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희진(22·여)씨는 "5·18을 직접 체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광주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행진하는 사람들을 맞이했을 때 가슴이 찡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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