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원하면 트럼프-러 외무 대화록 美의회에 제공"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기밀정보를 유출했다는 미국 정치인들의 주장을 '정치적 정신분열증'이라고 비판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에서 번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푸틴은 "우리는 미국에서 정치적 정신분열증이 심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라브로프에게 어떤 비밀을 제공했다는 비난은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라브로프와 (이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가 나와 정보기관 수장과도 기밀을 공유하지 않은 데 대해 견책 처분을 내려야겠다. 나쁜 사람이다"며 미국 측의 주장을 비꼬아 농담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미국 내에서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정부가 원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 간 대화록을 미 의회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대화를 녹음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서로 된 대화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에서 반러 구호로 정치적 혼란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면 그들은 어리석은 것이며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위험하고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경우든 이는 미국의 문제이며 우리는 이 문제에 개입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 등을 백악관에서 접견하는 자리에서 '이슬람국가'(IS) 관련 중요 기밀을 누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출한 일부 정보의 출처가 이스라엘이라고 보도했다.
ABC 방송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IS에 심어놓은 스파이로부터 IS가 노트북 컴퓨터에 숨긴 폭탄으로 미국행 여객기를 격추하려는 계획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 정보를 트럼프가 러시아 측에 제공했다고 전했다.
ABC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정보 유출로 이스라엘이 IS에 심어놓은 스파이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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