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불운? 야수들이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한화 이글스)는 '야구 일기'를 쓴다.
전력분석 위주의 한국 선수들 야구 일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비야누에바의 일기에는 KBO리그의 인프라, 더그아웃 문화, 구단 운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임원 출신이기도 하다. KBO리그로 온 지금도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연락을 취한다.
그는 리그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페이퍼 워크에도 능하다. 한국행을 택한 배경에도 '타 리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무척 자랑스러운 부분이다"라며 "야구 일기는 쓰며 KBO리그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KBO리그는 여러 부문에서 매우 수준이 높고 잠재력이 크다. 내 야구 일기가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모두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야누에바는 KBO리그를 떠날 때 한화에 야구 일기 일부를 전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마운드 위에서도 영리한 투구를 한다.
빠른 공은 시속 140㎞ 초반에 머물지만, 날카로운 제구를 바탕으로 변형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를 상대한다.
아직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비야누에바는 6경기에서 5차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올리고도 단 1승(4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2.41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낮은 득점 지원(1.21)을 받은 탓이다.
한화 선수들은 비야누에바에게 미안해한다.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도 득점 지원이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야구의 일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2006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11년 연속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개인 통산 476경기 998⅔이닝 51승 55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27을 올렸다.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갖춘 선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동료에 실망감을 안기곤 한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KBO리그를 존중하는 겸손함과 동료를 감싸는 이해심으로 한화 선수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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