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클볼러' 에클스 웨스트코스트리그 최초의 여자 야구 선수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너클볼을 던지는 19세 소녀 클레어 에클스(캐나다)가 미국·캐나다 남자 대학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
북미 대학야구 하계리그 웨스트코스트리그는 18일(한국시간) "좌완 너클볼러 에클스가 빅토리아 하버캐츠에 입단한다. 웨스트코스트리그 최초의 여자 선수"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캐나다 언론은 물론 MLB닷컴과 야후스포츠, ESPN 등 미국 언론도 비중 있게 다뤘다.
에클스는 브리티스 컬럼비아 대학 소프트볼 선수로 활약 중이다. 캐나다 여자야구대표팀 주축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해 2경기에서 8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미국와 캐나다 대학 11개 팀이 서머리그를 펼치는 웨스트코스트리그는 너클볼을 던지는 에클스에 주목했고, 빅토리아가 에클스 영입에 성공했다.
에클스는 "처음 입단 제의를 받았을 때는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우린 너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는 빅토리아 단장 브래드 노리스-존스의 말에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노리스-존스 단장은 "에클스는 우리 팀 전력에 도움을 줄 선수다. 팀과 에클스 모두에게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에클스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22㎞다. 냉정하게 직구로는 승부할 수 없다"면서도 "너클볼은 춤을 추듯 들어온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을 더했다.
에클스는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를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과 함께 야구를 하던 에클스는 13세 때 소프트볼로 전향했다. 하지만 6년 만에 다시 남자 선수들과 겨룰 기회를 잡았다.
에클스는 "미국, 캐나다에서 뛰는 모든 야구 선수의 꿈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고 포부를 밝히며 "내가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하더라도 여자 선수들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너클볼러 R.A. 디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에클스의 기사를 공유하며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여자 선수들에게 야구의 장벽은 아직 높다. 그러나 곳곳에서 선구자가 나온다.
좌완 투수 일라 보더스는 1994년 미국 최초로 전미대학리그(NCAA) 경기에 출전했고, 1997년 미국 독립리그 세인트 폴 세인츠에 입단해 프로야구 최초 여자 선수가 됐다.
우완 너클볼러 요시다 에리는 16살이던 2008년 일본 독립리그 고베9 크루즈와 계약을 하면서 일본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프로야구에 입단했다. 요시다는 미국 독립리그에도 진출했고, 현재도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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